Yosemite에서 Las Vegas를 가는 길을 멀고도 멀었다.
Amtrak표를 끊었는 데, 12시간이나 걸린 단다.
재미있는 점은 Amtrak은 기차회사인데, 기차가 없는 구간은 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greyhound처럼 버스로만 이용할 수는 없고 A구간에서 B구간까지 갈 때,
기차를 반드시 이용해야만 기차의 연결 교통 수단으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Yosemite의 관문도시 Merced에는 기차역이 있었지만 Las Vegas에는 기차역이 없었다.
그래서 Merced에서 Bakerfield까지 기차로 가고 Bakerfield에서 Las Vegas는 버스로 갔다.
사실 Merced -> Bakerfield보다 Bakerfield -> Las Vegas가 훨씬 더 오래걸리는 데,
아무튼 기차 서비스의 일환으로 버스를 제공했다.
그런 버스라서 그런지 50명 정원의 버스에 단 10명이 타고 와서 넉넉하게 올 수 있었다.
그레이하운드는 항상 빡빡해서 싫다.
버스도 Amtrak이 낫다.
. 흑인 아줌마
새벽 5시 반에 일어났기 때문에 피곤해서 버스에서 자려고 했는 데,
흑인 아줌마가 자꾸 말을 걸었다. 수다쟁이 흑인 아줌마들이 그렇듯
사포로 손톱을 다듬으면서 말을 걸어왔다.
성격이나 외모나 '시스터 엑트'의 우피 골드버그 아줌마를 닮았다.
"학생은 여행 많이 해봤나? 나는 기차 첨 타보는 데 겁나서."
"한 달 째 돌아다녀서 겁 안나요."
미국땅을 미국 사람이 돌아다니는 데, 외국인인 나보다 겁이 나는 걸까?
Amtrak은 비행기만큼 안전한 것 같다.
그레이하운드를 타면 지저분하고 껄렁한 사람들이 많은 데,
Amtrak에는 그런 사람들이 안 보인다.
보통 Amtrak 요금이 그레이하운드보다 비싸서 그런가보다.
한국이든 유럽이든 미국이든 기차가 버스보다 비싸다.
하지만 내가 타는 노선을 사실 그레이하운드와 Amtrak이 요금이 같았다.
"그래 여행 오래 다녀서 재밌겠다. 어디 돌아다녔는 데?"
"UCSD에서 한 달 공부하고 여기저기 다녔어요."
"그럼 미국 유학생인가?"
"그건 아니고 그냥 몇 과목 듣는 거죠."
"어디서 왔는 데?"
"한국이요."
"내 여동생도 한국에서 군인이야. 가끔 군용 잠바를 택배로 부치곤하지. 멋지더라구."
"전공은 뭐야?"
"Computer Science."
"근데 울 아들이 ipod를 사달라는 데, 그게 뭐야?"
"그거 라디오랑 CD Player 비스무레 한건데 손바닥만 해요."
"그런 거였구나.. 난 뭔가 했어. 역시 공부를 해야."
배가 고파서 식당칸에서 뭐 좀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시간 넘는 여행이라 기차에서 뭘 먹어두지 않으면 하루 종일 굶을 수도 있으니까.
"저기 식당칸에서 밥 좀 먹고 올께요."
"식당칸 너무 비싸. 너무너무 비싸."
역시 세상 아줌마들은 다 똑같다. 새로운 것에 겁이 많고 가격에 민감하다.
. 까만 얼굴
라스베가스에 도착할 때 쯤에는 이미 얼굴이 까매져있었다.
San Diego에서 주로 많이 태웠고 매일 10Km씩 걸어다니니 얼굴이 안 탈리가 있나.
. Mojave Desert
캘리포니아 전체가 사막기후(맑고 건조하고 비가 안옴)이기는 하지만
진짜 사막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봤다.
캘리포니아, Arizona에 걸쳐있는 이 사막의 한가운데 Las Vegas가 있다.
가도가도 모래 바닥에 풀만 좀 나있는 사막을 직선으로 뚫어놓은 고속도로를
버스는 잘도 헤엄쳐나갔다.
운전기사 아저씨는 지겹지도 않은 지 표정이 아주 초연하다.
(매일 사막만 2,000Km 씩 달리면 그렇게 될까나..)
드디어 쉬는 시간. 4시간만에 버스에서 내렸다.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데, 스트레치를 하려는 순간.
사막이 나의 수분을 모두 빼앗아버릴 것 같이 숨을 살짝 불었다.
"후훅~~"
헤어드라이어를 코에 대고 있는 것처럼 무진장 덥고 건조했다.
이것이 바로 사막.
무조건 가장 가까운 Arby's라는 패스트푸드점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옆 건물에 있는 버거킹이 먹고 싶었는 데, 가다가 죽는 것보다는
그냥 제일 가까운 다른 음식점에서 먹고 말지.
'사막에 뭐 파먹을 게 있다고 이 동네 사람들은 여기에 살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운영하는 것 외에 뭔가 할 일이 있을 까?
나같은 여행자들이 뛰어들어와서 콜라를 벌컥벌컥 사다 마시기는 하니까.
Las Vegas를 왜 사막 한가운데 지었는 지도 알 것 같았다.
이렇게 더운데, 에어콘 나오는 카지노에서 도박이나 해야지 밖으로 나오면 오래 못산다.
자연적으로 탈출이 불가능한 카지노에서 돈 떨어질 때까지 있으라는 말.
고도의 상술이구나.
. Arby's
나름 독특한 소스를 가진 패스트푸드점이다.
(다른 면에서는 맥도날드랑 똑같다.)
샐러드 소스에 고추냉이를 섞어놔서 코로 뿜어져나오는 찡한 향이 일품이다.
(초밥먹을 때 나오는 초록색 고추냉이있잖아.)
사막의 더위를 신경세포를 서늘하게 만들어서 해소해 주는 것 같다.
. 새우
사막에서 새우가 꼭 먹고 싶었다. 하지만 야박하게도 패스트푸드점에는 새우가 없었다.
나 : "저기요. 여기 새우 있어요?"
점원 : "없어. (이봐, 사막에 새우가 어디있냐?)"
그래도 나는 새우를 꼭 먹고 말꺼야.
. Las Vegas
드디어 라스베가스에 도착 시각은 저녁 8시가 다되고 있었다.
Yosemite에서 새벽 5시 반부터 일어나서 부산을 떨었는 데,
그렇게 신기루처럼 미국여행의 하루를 Mojave 사막에서 라스베가스를 찾는 데 날린 것이었다.
라스베가스의 밤은 역시나 계속 더웠다.
전광판에 나오는 현재 온도는 39도.
해가 져가는 데 39도면 낮에는 도대체 몇 도까지 올라가는 거지?
얼굴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전기 끊어지면 에어콘도 없이 이 도시 사람들은 모두 기름 뺀 황토구이 삼겹살이 되지 않을 까 싶다.
버스 정류장에서 일하는 청년이 길을 반대로 가르쳐줘서 10분을 더 걸었다.
(잡히면 가만두지 않으리라.)
. Fremont street experience
버스 정류장에서 숙소에 가려면 Fremont street를 지나야 했다.
Sunset strip보다는 떨어지지만 아무튼 라스베가스의 유명한 거리 중 하나다.
그리고 거기에는 세상에서 제일 큰 스크린이 있다.
처음에 4블럭을 지붕으로 덮어놔서 햇빛도 가려주고 카지노들은 모두 문을 항상 활짝 열어두니
에어콘 바람도 길가까지 불어서 좋다고 생각했는 데,
더 놀라운 것은 그 지붕 전체가 스크린이 된다는 점.
저녁이면 매 시간 정각에 그 구역의 모든 카지노의 전광판이 꺼지고 스크린에 빛이 투영된다.
IMAX보다 화질은 안 좋은 데, 크기가 몇 십배니까 정말 공상과학 영화에 들어온 것 같다.
(영화 '네츄럴시티'나 'Minority Report', 'AI'를 보면 큰 스크린들이 나오잖아.)
. 화려한 네온 사인들
Time Square에 처음 도착했을 때도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가득해서 깜짝 놀랐는 데,
라스베가스는 훨씬 더하다. 서울과는 비교도 안되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는 서울이 더 화려할지 모르겠지만 라스베가스나 Time Square 한 구역에서만은
정말로 눈이 빙글빙글 돌게 만들어놨다.
'어서 빨리 카지노로 와서 돈을 털어줘.'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싼 음식, 기념품 증정, 공짜 스트립바를 내걸고 영업하는 곳들도 있었다.
(유명 카지노들말고 구석에 있는 것들 말이지.)
. 도박의 도시
동네 슈퍼, 공항에도 도박기계가 설치되어 있다.
이동가능한 모든 공간은 도박기계로 덮어버린 듯 하다.
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놀러오는 도시다.
. 카지노
도박의 도시지만 우리나라 성인오락실들처럼 기계만 잔뜩있는 것은 아니다.
카지노는 호텔을 겸비한 종합리조트라서 영화관도 있고 연극, 쇼, 수영장, 사우나, 식물원, 커피점, 뷔페 없는 게 없다.
카지노 한 개가 하나의 도시와 같아서 밖에 나가지 않아도 뭐든 다 할 수 있다.
로마, 파리, 뉴욕, 이집트 등 세상에서 유명한 건축물들은 다 복사해다가 만들어 놨다.
시저스팰은 로마, 파리는 파리, 뉴욕뉴욕은 뉴욕, 룩소르는 이집트.
(뭐 이집트 빼고는 다 가본 곳이네. 진짜도 봤는 데, 가짜보고 신기할리가.)
. 뷔페
드라마 '올인'을 보면 라스베가스 뷔페가 싸고 맛있네, 어쩌네 하는 데,
그리 비싸지는 않았지만 맛있지도 않았다.
뷔페 음식들은 대량으로 만들고 식으니까 계속 데우는 거라서 대부분 약간 말라빠졌다고 할 수 있다.
가격은 $13~$20 쯤 하고 VIPS에서 먹는 거랑 비슷한 데, 메뉴는 매우 다양하다.
(나는 라스베가스 카지노의 뷔페보다 VIPS가 더 좋아.)
카지노에 들어가서 뷔페를 찾으려고 직원에게 물었는 데,
이 사람이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거다.
나 : "Where is 뷔페?"
직원 : "What?"
나 : "뷔페~"
직원 : "What?"
나 : "뷔페~. Food. Restaurant."
직원 : "Oh, 버펫."
그들은 뷔페를 버펫이라고 발음했다.
지들맘대로 미국식으로 발음하다니 괘씸하다.
. 동방신기 오빠들
미국에도 오빠들을 사랑하는 박순희들은 있었다.
한류 열풍이 아시아에 넘쳐 태평양을 건너 머나먼 열사의 사막의 도시
라스베가스에까지 한줄기를 뻗치니.
호스텔의 식당에 앉아서 저녁을 먹으려는 데,
냉장고를 닦고 있는 소녀가 보였다.
미국 호스텔들은 대학생 알바들이 모든 것을 운영하기 때문에
그 소녀도 아마 알바리라.
미국인다운 육중한 체구에 얼굴은 영락없는 동양인.
물어보니 타이완계 미국인이란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나를 매우 반기었다.
나 : "아시아 구경은 와봤삼?"
소녀 : "일본, 중국은 한 번도 안 가보고 나도 한국에 2개월간 있었어."
나 : "왜 한국에만 2개월 있었는 데? 보통 일본, 중국이 더 유명하지 않나?"
소녀 : "내게는 동방신기가 있기 때문이지. 그리고 나는 H.O.T도 좋아.
한국의 엔터테이먼트 산업은 경쟁력이 있잖아."
나 : "음, 경쟁력이 있지."
우리의 고객인 그녀에게 뭐 더 할 말이 없지. 경쟁력이 있긴 있나보다.
. 2층 버스(deuce bus, CAT)
다른 도시와 달리 2층 버스가 관광버스가 아닌 대중교통이다.
(사실 라스베가스에 관광객 아닌 사람이 없지만)
웃기는 버스 기사 아저씨의 버스를 탔더니 기내 방송으로 만담을 시작했다.
"이봐요 손잡이를 꼭 잡아요. 넘어지면 쪽팔리니까."
"이거 대중교통이거든요. 관광버스 아니예요."
"2층 괜찮으면 손 흔들어 주세요."
(안전을 위해 CCTV가 2층에 설치되어 있다.)
"앗, 저기 길가는 예쁜 아가씨, 연락처 좀 주세요."
(스피커가 버스 내부 뿐만 아니라 외부까지 연결되서 다 들린다.)
하루 24시간 내내 7분마다 오는 버스인데, 버스 기다리는 동안이 매우 힘들다.
7분 밖에 안 기다리는 데도 땀이 흥건하다.
. Nascar
"Start your engine."
라스베가스에는 나스카 경기장도 있다.
나스카 카지노, 나스카 카페, 나스카 술집, 나스카 클럽도 있다.
(나스카 매니아인 민원, 상욱을 데리고 가야겠다.)
. Airforce
라스베가스 근처에는 공군 비행장과 전투기 시험장이 있다.
그래서 잘 찾으면 최신비행기들을 몰래 구경할 수 있나보다.
영화 '브로큰 애로우'에서도 그 동네 이야기가 나온다.
최신전투기 매니아나 음모론자, 국방전문기사들이 매일 매복해서 전투기들의 동향을 관찰하기도 한다.
. 맥주병
라스베가스에서는 다들 맥주병을 손에 쥐고 비틀리거는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깨진 맥주병이 길바닥에 하도 많아서 이 도시에서는 슬리퍼 대신 운동화를 신고 다닐 수 밖에 없었다.
. Statosphere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높은 탑인데, 침처럼 뾰족하게 생겼다.
. Luxur
스핑크스, 검은 피라미드 같이 생겼다.
밤에는 검은 피라미드의 stone cap에서 beam이 나와서 하늘로 향한다.
(영화 '스타게이트'처럼)
. TI(Trasure Island)
분수가 시원하게 흐르고 해적선을 테마로 지었다.
. Circus circus
롯데월드처럼 실내에 있는 놀이공원.
나처럼 애들 입맛을 가진 사람이 가서 즐기기 적절한 뷔페가 있다.
(역시 나는 철들려면 멀었나봐.)
. Caesar's Palace
로마의 멋진 건물들을 본따서 지었다.
그리스, 로마식 조각상들도 카지노에 많이 세워놨다.
(로마에 가면 진품 백만개 볼 수 있다.)
. Paris
에펠탑을 본따서 지었다.
. Newyork Newyork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등을 본다 지었음.
롤러코스터도 탈 수 있다. 밖에서 보고만 있어도 소리지르면서 지나가는 콜러코스터가 보인다.
"꺅아악~~"
. Venician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모델로 만든 곳.
건물 내부를 완전히 베네치아처럼 만들었다.
천장에는 하늘색 바탕에 구름까지 그려서 마치 그림 속 베네치아에 있는 기분.
일본 시오도메에도 비슷한 것이있다.
하지만 미국이 한 수위인 점은 여기는 내부에 물길을 내서
베네치아 대운하까지 흉내냈다. 곤돌리오들이 곤돌라를 몰고 다닌다.
베네치아가 가라앉아도 일본이랑 라스베가스에서 베네치아를 느끼면 될 듯.
(그래봤자, 진짜가 더 멋지지만.)
그리고 불쌍한 인간동상들이 손끝을 미세하게 바르르 떨며 서있었다.
관광객과 사진 같이 찍어주고 돈을 벌기위해 안 움직이는 형벌을 택한
그들이 나는 너무 불쌍하고 생각한다.
. Mirage
나이트클럽
. Stardust
. Frontier
. Tryst
. Casino royal
. Golden Nugget
. 모노레일
라스베가스의 카지노 몇 개를 순환하는 모노레일도 있다.
근데 그냥 버스타고 말지. 가격이 비싸다.
. 매춘
라스베가스는 도박이 합법이다. 근데 매춘도 합법인걸까?
길가에 무료 매춘광고신문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
타블로이드판 주간지 부스가 있는 걸로 봐서 단속을 안하나보다.
우리나라 '벼룩시장' 같은 무료 신문.
단속을 한다면 그런 부스까지 설치하지는 않겠지.
. 생존
사막에서 과연 차가 고장나면 살아남을 수 있을 지 매우 걱정을 했다.
무진장 덥기는 하지만 죽기전에 누군가 구해줄 수 있는 것 같다.
2초마다 1대씩 차가 지나가고 30분마다 콜박스도 1Km마다 있다.
라스베가스까지 가려는 차는 매우 많으니 트래픽이 꽤 되는 것 같다.
(물론 미국의 다른 사막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유흥가에 차를 대놓으면 그런 광고명함들을 차 앞 유리에 끼워두는 데,
여기는 카지노 앞을 지나면 명함을 탁탁치면서 주의를 끌고 나눠준다.
향락의 도시라 당연한 건가.
(밝은 면만 여행기에 적을 수는 없잖아.)
. a lot of
라스베가스에서는 'a lot of'(많은) 대신 'slot of'라고 말해야 한단다.
Slot machine이 많으니까.
. 카지노
카지노는 24시간 문을 닫지 않는 다.
에어콘을 켜놓고도 문을 활짝 열어두니 전기낭비도 장난 아닐 것 같다.
근데 계속 장사하면 카지노의 카펫은 언제 청소하는 거지?
돈 아까워서 도박은 한 판도 안했다.
지중해에서 2유로를 날린뒤로 도박은 끊었다.
드라마 '올인'처럼 멋진 모습을 기대했지만 실상은 아시다시피
뚱뚱한 노인들이 휠체어 끌고와서 앉아서 1페니짜리 슬롯머신 앞에서
하루 종일 버튼 누르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