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대전, 서울 두 집 살림을 하면서 컴퓨터가 2대가 됐었다. 게을러서 지금까지 2대를 가지고 있었는 데, 안 쓰던 1대를 아는 사람에게 팔기로 했다. 이리저리 생각이 복잡했는 데, 일단 켜보자.
모니터가 안 나온다. 리부팅도 3번쯤 해보고 그래픽카드도 옆 컴퓨터 걸 가져다가 끼워본다. 여전히 안된다.
파워서플라이를 보니 뭔가 파워 라인이 한가닥 더 있네. 이걸 더 연결해야 되나? 펑~ 파워에서 소리가 나고 꺼져버렸다.
그냥 포기하고 버리기로 했다. 작년에 팔았으면 20만원은 받았을 물건인데, 번개 한 번 맞았으니 이제 끝난거지뭐. 파워, CPU, 메인보드는 쓰레기장으로 보내버렸다. 200G 하드, CD-DVD, 메모리, 케이스는 장기기증을 위해 추스려놨다. 하지만 요즘 잘 쓰이는 규격이랑 다르다. 그냥 몇 년 가지고 있다가 이사할 때 버리게 될 것 같다. 제일 유용한 부품은 나사와 전원 코드. 전원코드, 나사는 새 규격이 잘 안 나오거든. 그래서 집에 나사, 전원코드만 수북하다.
이 컴퓨터부터는 내가 이름도 하나씩 붙여주기로 했는 데, 이름을 까먹었다.
그냥 내 컴퓨터가 고장났어 하는 것보다, 스타워즈 로봇들처럼 R2D2, 3PO 이렇게 부르면 더 낫지 않나?
@ 자주 사고 버리고 하다보니, 뭐 이거 한 대 더 고장나도 별거 없네. 고등학교때까지만 해도 한 번 고장나면 일주일은 울고 불고 했을 텐데. 열심히 과외해서 돈 벌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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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9.11 Good bye, my PC
- 2008.09.06 안내도
- 2008.09.03 경영학 복수전공
- 2008.09.03 LHC(Large Hadron Collider)
- 2008.08.30 냉장고 vs 전자렌지 1
- 2008.08.30 결혼식, 장례식
- 2008.08.30 인터페이스(interface) 1
- 2008.08.30 RSS(Really Simple Syndication, Rich Site Summary)
- 2008.08.30 PDA
- 2008.08.23 흰 티셔츠 2
우리나라가 좀 더 관광이 편리한 나라가 되려면 안내도가 길가에 더 많이 붙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시, 도, 동의 전체 지도가 시청, 구청, 동사무소나 주요장소에 몇 개 붙어 있긴 한데, 그게 행정구역을 경계로 되어 있는 게 대부분이지 실제로 현재 위치에서 어디를 찾아가는 데 편리하게 되어 있지는 않다. 공무원들은 항상 자기 관할 구역을 기준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런면에서 서울지하철의 출구들에 붙어 있는 안내도는 꽤 우수하다. 출구로 부터 반경 500m ~ 2Km내의 공간을 보여준다. 지하철 출구는 매우 훌륭한 landmark라서 서울 사람들은 다들 자기가 사는 곳, 자기가 일하는 곳, 가고 싶은 곳을 표현할 때 그것을 기준으로 말한다. 서울지하철 공사는 동사무소와 달리 관찰구역의 덫에 빠지지 않기 때문에 그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버스정류장도 그렇게 되면 좋지 않을까? 모든 버스 정류장에 반경 500m 내의 지도를 인쇄해서 붙여두는 거다. 혹은 50m 내로 하는 대신 매우 상세한 지도를 붙이는 것도 좋겠다. 지금도 붙어 있는 곳이 몇 곳 있겠지만 모든 정류장이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처음 가는 길도 낯설지 않게 말이다.
버스정류장에 적힌 정보의 양은 사실 이미 점점 늘고 있다. 예전에는 달랑 번호만 붙어 있었는 데, 요즘은 번호에다가 그 번호가 방문하는 모든 노선도 표시되고 있다. 그리고 도착예정시간 알림시스템도 있고 말이다. 이제 지도만 더 추가되면 좋겠다.
별로 가르치는 것도 없어보이고, 학점도 쉽게 주고 말로 이리저리 잘 풀어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으니 말이다. 졸업하고 취직해서 승진도 잘 된다고 하니 얼마나 배가 아픈가? 나는 과학지식도 엄청나게 많이 알아야 되고, 어려운 방정식도 매일 풀면서 평생 연마해야 되는 데 말이지.
역시나 그래서인지 몇 년 뒤에 보니 경영을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으로 선택하는 대학생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모교에서도 경영부전공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누구나 쉽게 경영을 들을 수 있게 권장했다.
그래서 나도 책도 몇 개 읽어보고 과목도 몇 개 들었다. 과연 가르치는 지식 자체는 별거 없었다. 하지만 경영이라는 분야는 한국사회에서 입시교육의 단점을 보완해줄 좋은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됐다.
경영은 지식을 많이 전달하는 분야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자신과 세상을 잘 운영해 나갈지 길을 제시해준다. 경영은 마음가짐, 태도, 습관에 관한 학문이다. 아무리 경영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필요가 없다. 그것들을 실천할 준비만 되어 있다면 경영서적은 몇 권만 사서 읽어도 된다. 경영서적이 넘치는 이유는 경영지식이 많고 어려워서가 아니라 경영 자체는 매우 쉬운데, 사람들(독자들)을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교화시키기 위해서 저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http://dory.mncast.com/mncHMovie.swf?movieID=10071532320080502151403&skinNum=2
16분짜리인데, 지루하지 않게 봤다. Brian Fox씨가 발표를 했는 데, 프레젠테이션을 잘 하는 구나. IT계에서 스티븐 잡스가 하는 거랑 비슷한 감동을 주고 있다. (뭐 내가 아직 이런거 보는 거 좋아하는 취향에서 발을 빼지 못한 면도 있겠지만.)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에서 돌을 던진 것만큼 역사적인 실험을 동시대에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갈릴레이가 안 던졌다는 말이 있지만.)
나도 능력이 있었다면 저런 일을 해보고 싶었는 데 말이지.
가전제품 중에 냉장고랑 전자렌지는 한가지 면에서 극단적으로 다르다. 바로 utilization.
냉장고는 24시간 멈추지 않으니 utilization이 100%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전자렌지는 하루에 30분 이내로 사용된다. 그러니 2%도 안되네.
그럼 우리는 냉장고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전자렌지는 비효율적으로 쓰고 있는 걸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옆집이랑 같이 써도 되는 거네. 20여 가구가 모여서 같이 써도 되지 않을까? 근데 전자렌지는 사람들이 쓰고 싶어하는 때가 식사 시간 근처이고 위생상 문제로 같이 잘 안 쓴다. 편의점에서는 다들 공용으로 쓰긴하지. 그리고 서양사람들은 세탁기도 그런 식으로 여러 가구가 같이 쓰기도 하고.
전자렌지가 2%만 가동되는 게 너무 맘에 안드는 데, 수돗물이라도 떠다가 끓여서 utilization을 100%로 끌어 올려야 될까? 아주 바보 같은 짓이다. 뜨거운 물을 계속 만들어 봤자 쓸데도 없고, 전기세도 엄청 나온다.
그러니까 그냥 전자렌지는 지금처럼 2%만 사용하는 게 더 낫지.
조직이 사람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이 근무시간에 일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일을 줄 필요는 없다. 일이 없을 때는 쉬게 하거나 퇴근시키면 된다. 괜히 쓸데 없는 일을 만들어서 시키면 전기세, 난방비만 더 나간다.
기업의 목표는 이익을 최대화하는 거지, utilization을 최대화하는 것이 아니다.
이익이랑 utilization이 일치할 때도 있지만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 왜냐면 utilization은 benefit일 수도 있지만 cost일때도 있거든.
@ 'The goal'이라는 책을 참조하셈.
서양 영화를 보면 결혼식, 장례식이 많이 나온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결혼, 죽음 같은 건 중요한 이벤트니까.
근데 서양방식의 그런 경조사문화가 몇 가지 점에서 더 맘에 들기도 하는 것 같다.
물론 영화로 만들어진 것들은 항상 이상적이고 호화로운 면이 있다.
하고 싶은 말은 뭐냐면 결혼식이든 장례식이든 주변사람들이 주인공에 대해 느낀점을 글로 써서 발표한다는 점이다.
결혼식 피로연 때 신랑-신부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들러리, 베스트맨)이 신랑-신부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사랑하게 됐고 뭐 그런 이야기들을 구구절절히 이야기하잖아. 그리고 장례식장에서도 고인이 어떻게 살았는 지, 어떤 면이 훌륭했는 지 이야기도 하고 말이지. 뭔가 진정한 공감이 있는 것 같잖아.
(뭐 서양이라도 돈 없는 사람들은 그냥 촛불 하나 켜고 결혼식, 장례식이라고 하겠지만. 라스베가스식으로 술먹고 대충 결혼하던가. 사실 별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글 지어내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라고 영화에도 나오더라만.)
우리나라는 왠지 하객의 숫자, 조문객의 숫자, 부조금의 액수, 통곡의 크기 같은 걸로 단순하게 정량적으로 그 이벤트의 성패를 가늠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신랑을 잡아다가 발바닥을 때리고 술을 먹이고, 상주는 죄인 취급 받으면서 잠도 못자게 하고 고통스러운 복장을 하는 것도 고행이 종교적 진리에 도달하는 길이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온 것 같다. 행복한 날 신랑은 축복을 받아야 되고, 상주는 위로를 받아야 되는 데, 왜 괴롭히는 거지? 부처가 오래 굶기 세계기록을 갱신해서 부처가 된게 아니라는 거지. 오체투지를 하고, 등에 갈고리를 꼽는 어떤 불교 신도나 자신의 몸을 채찍질하는 어떤 기독교 신도만큼이나 이해할 수가 없다.(다빈치 코드에 나오잖아 그 주인공 쫓는 무서운 사람.)
어떤 사람이 죽은 게, 왜 그 사람의 큰 아들의 잘못인거지? 효도의 개념을 지나치게 왜곡되게 해석한 것 같다. 그런 논리라면 환자가 죽으면 담당의사도 고문당하다가 죽어야 되나?
경사면 행복해야 되고, 조사면 슬퍼야 되는 데, 왜 그냥 모두 피곤하기만 한걸까? 그래서 경조사가기 참 싫다. 한국에서는 뭘해도 그냥 피곤하기만 하다.
숫가락, 포크, 젓가락, 종이, 연필, 키보드, 모니터, 마우스, 자전거 페달, 자동차 핸들 같은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기 위해 나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이제 치대 왔으니까. 익스플로러, 드릴(핸드피스?), 석션 같은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만나게 될텐데 과연 적응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3차원 인터페이스들이라서 지금까지 손에 쥐고 눈으로 봤던 것들보다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전산과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인터페이스는 2차원이거든.
아마도 젓가락질이랑 비슷한 난이도가 아닐까? 익히는 데 정말 오래걸렸어.
@ '무한상상 인터페이스'라는 책이랑, 인류학에서 인간이 손을 가지게 된 잇점, 미디어 미학시간에 '미디어는 마사지다.'라는 말도 생각나고. 그치?
내가 다니던 회사는 회의를 아주 많이 했다. 말단 사원도 하루에 회의가 한 개씩은 있고 팀장급만 되도 하루 종일 회의다.
그걸로도 부족해서 세미나도 매우 한, 두개씩 하고 스터디도 하고, 1년에 2번씩은 교외에 있는 리조트나 강당에 엔지니어들이 전부 모여서 세미나를 했다.
일하면서 자기개발도 하는 직장 얼마나 멋진가? 거기서 얼마나 배웠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브레인스토밍도 하고,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뉴스 클리핑도 읽고, 블로그도 떠돌면서 RSS라는 걸 어디서 줏어들었다.
엔지니어들 전부 모인 세미나에서 결국 연구소 소장님이 내게 RSS에 대해 발표를 시켰다. 뭐라도 미리 준비했으면 좋았을 텐데, 세미나 도중에 갑자기 내 이름 부르시더니 마이크를 넘기셨다. 이건 뭐 어리버리한 나한테 잘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시키셔서 복잡한 것도 아니고 30초 만에 설명이 끝났다. 그 후로 5분간 들어온 질문들은 하나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RSS는 $!#@$@!#랑 비슷한건가요?"
"글쎄요. 제가 $!#@$@!#는 잘 모르겠네요."
"Push 방식인가요?"
"잘 모르겠네요."
요즘 내가 사용하는 학습방법들과 습관들은 대부분 그 회사에서 배우거나 거기서 얻은 경험 때문인 것 같다. 그 뒤로 한동안 유명한 블로그나 친구들 블로그의 RSS를 열심히 등록해서 구독했는 데, 요즘은 귀찮아서 그냥 글을 안 읽는 것 같다. 그냥 나만의 세상에서 혼자 논다.
한 때는 나도 PDA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은 회사에서 팀장들의 스케쥴관리를 효과적으로 하게 하기위해 나눠준건데, 우리 팀장님은 별로 필요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이미 하나 가지고 있어서 인지 막내인 내게 그 물건의 관리를 맡겼다.
우리 회사는 outlook으로 스케쥴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active sync로 sync해서 사용하면 괜찮을 물건 같기도 했다. (Lotus notes를 쓰는 회사들도 많더라고)
하지만 그게 소유권이 사실은 애매하다는 거. 내가 관리는 하지만 감히 내 물건이라고 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들었다. 마치 종자는 말을 관리하는 사람이지 말을 타서는 안되는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하루정도 가지고 놀다가 그냥 게임을 깔았다. 결국 그 물건은 우리 팀의 오락게임기가 됐고 내 자리는 오락실이 된거지.;;
게임이 잘 안되면 사람들은 내게 와서 따졌다.
"왜 관리가 안되는 거야 이거?"
오락실 관리인이 되버렸다.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가진 PMP도 그 PDA가 할 수 있는 기능을 거의 가지고 있는 데, 역시 쓸모는 없다.;
집에 흰 티셔츠가 가득하다. 15벌 정도 되는 것 같다. (아직 한 번도 안 입고 그대로 보관중인 5벌까지 합쳐서)
왜 이렇게 많아졌지? 몇 년 전부터 중국산 의류가 쏟아져들어오면서 전세계적으로 옷, 신발 같은 공산품 값이 떨어졌거든. 나도 집에서 잠옷, 작업복으로 입으려고 3벌짜리 패키지로 몇 개 샀더니 결국 이렇게 된거야.
서울에 놀러가거나, 어디 놀러가서 잠옷을 깜박 안 가져왔을 때마다 3벌씩 샀더니 이렇게 됐다. 서울-대전-광주에 두 집, 세 집 살림을 할때도 여기저기 비치해 둿거든.
덕분에 앞 치마는 사놓고 한 번도 안 입고 장식품이 되버렸다. 그냥 흰 티셔츠입고 요리하다가 음식 냄새가 베거나 양념이 튀면 갈아입으면 되니까.
흰색 옷만 자주 입다보니 중국영화에 나오는 무술인이나 공산당 혹은 동네 서민이 된 기분이 든다. 빨래할때도 흰색 옷이 가득 널려있는 게, 이연결의 소림사나 화산파(화산파는 흰색이 아니던가? 무당파인가? 아무튼 어느 도장) 처럼 다들 같은 색의 도복을 입고 빨래를 할때도 같은 색과 같은 디자인의 옷이 가득한 곳 같다.
흰색 옷만 입는 앙드레김 아저씨 같기도 하고, 의상이 한 벌 밖에 없는 영화 주인공 같기도 하다. 월리를 찾아서, 빠삐용, 어니스트, 호머 심슨, married with children 등..
옷에 뭐가 묻어서 옷을 갈아입으러 옷장을 열었는 데, 똑같은 옷 세트가 10벌씩 걸려있는 코믹 영화나 만화 같잖아.
@ 그래서 밖에 나갈때는 흰색 옷 안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