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은 qualitative한 표현. 과연 어느 정도(quantity)의 시간이 traumatic stress를 지우는 데 필요한 걸까?
1년 반의 힘들었던 기숙사 생활은 대학에 와서 극복하는 데, 1년 반이 걸렸다. 춥고, 비가 새고, 배고프고(맘대로 간식 사먹으러 갈 수 없으니).
단, 1개월간의 군대 훈련소는 잊는 데, 2개월이 넘게 걸렸다. 내과(소화기, 호흡기), 이비인후과를 다니면서 약도 먹고 다녀야 했고, 뼈 속까지 박힌 추위가 없어지지 않더라고.
생각해보면 나쁜 기억들은 대게 추위나 더위와 연결이 많이 되는 것 같다.
항상 끔찍하게 자유를 박탈당한 환경에서는 내 맘대로 온도를 조절할 수 없다. 먹는 것도 맘대로 할 수 없고, 자는 것도 맘대로 할 수 없다. 심지어 일기를 원할 때 쓰지도 못하고 말이지.
시간이 약이라더니, 결론은 자유가 약이라는 거야? 자유로운 시간이 약인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