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계 미국인 친구
주변에 중국인도 많다. 중국계 미국인, 미국계 중국인.
그 중에서 한 명이 아버지가 삼성 관계사에서 일을 하신단다.
그래서 한국에 대해 정말 많이 알고 있다.
일단 중국 역사 이야기 부터 시작했다.
내가 중국 역사 소설을 몇 권 봤다고 하니.
대뜸. "나라 세 개가 어쩌고.." => 삼국지
음, 그리고 다른 것도 봤다고 했더니.
"water, tiger 불라불라" => 수호지
중국인 2명과 나, 이렇게 3명이서 재잘거리고 있었는 데,
녀석들이 영어를 하다가 갑자기 중국어를 쓰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은 특히 그럴때가 많다. 자기들끼리 의사소통이 힘들어서
일때도 있고, 나를 중국인으로 착각할 때도 있으니까.
아무튼 30초 쯤 듣고 있으니 아는 말들이 많이 들린다.
'진시황', '분서갱유', '천하통일' ...
곧 다시 영어로 문맥이 돌아와서.
나도 니들이 중국어 쓸 때도 단어들은 좀 들린다고 말해줬다.
초등학교 때 회초리 맞아가며 배운 한문 2천개가 있으니.
학교에서도 아침마다 외우고 한문학원도 2년 다녔었다.
(그 시간에 영어를 했으면 GRE를 2번은 봤으리라..)
중국 체스의 모델이 되는 소설(초한지)도 봤다고 했더니,
다시 중국어로 '초패왕(항우)', '유방(한나라의 시조)'이 어쩌고 한다.
'유방'과 '유비'가 같은 사람이냐고 한 중국인이 묻는 다.
음, 유비는 유방의 500년 후손이다.
삼국지 서문을 보면 항상 나온다.
중국인들이 소설을 쓸 때 서로 빌려온게 많아서 두 인물이 상당히 비슷하게
묘사된다고.
4,000년 역사에서 전반 500년은 별로 큰 차이가 아닐 수 있다.
중국역사는 이 정도 하고, 한국 역사 이야기도 꺼내기 시작했다.
고구려 유민이 일본으로 건너가고 어쩌고..
고구려가 당나라를 몇 번 물리쳤다.
하지만 통일은 신라.
고대 고구려어는 일본어와 비슷하다.
나보다 국사(한국사) 공부를 더 열심히 한듯하다.
고대 고구려어와 일본어의 관계는 지난학기 언어학 개론시간에 들었는 데.
동북아 역사는 이정도로 마무리.
다음에 시간되면 오다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좀 이야기 할까나.
'대망' 같은 역사소설을 읽어뒀으면 좋았을 텐데.
야마모토 무사시는 알고 있더군.
켄신(바람의 검심의 모델)도 물어봐야 겠다.
관심분야는 TV로 흘러..
자기도 KBS를 많이 본단다. 그리고 대장금, 이영애도.
최근 5년간 내가 TV를 안봐서 잘 모르겠다.
대장금은 절반쯤 보다가 말았다.
아무튼 TV도 나보다 많이 아는 군.
그럼 영화.
'heaven'이 어쩌고 하길래. 도대체 무슨 영화 일까 했는 데,
'천군(heaven)'이라고 박중훈 주연의 코믹 이순신 영화였다.
사실 그 영화는 한국에서는 흥행참패.
'불멸의 이순신(immortal Soon shin Lee)'을 보고 싶단다.
인트로만 같이 봤는 데, 명나라, 조선, 왜나라 장수들 잘 구별하더군.
이여송이 전쟁에 참전해서 연합군으로 일본과 싸우고..
일본이 중국을 치려고 했지만 한국이 길을 열어주지 않은 것이 고맙단다.;
그 때는 형제국(brother contury)이었어 라고 말해줬다.
(조공을 바치고, 사대주의였지만 뭐 좋게 해석하면)
'wind' 무슨 영화도 봤단다.
찾아보니 전지현의 여친소(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그럼 이제 중국배우.
Bruce Lee.
한국에서는 싱하형(brother)로 통한다고 해줬다.
성룡(재키 첸).
한국에 레스토랑도 있고 별로 맛은 없는 데, 유명세로 승부
(코엑스에 가면 있다.)
주성치
'희극지왕' 등.. 3류 코미디만 찍는 데, 주성치 개그의 장르를 개척.
주윤발(저우륜파)
'영웅본색'을 얘기하려고 했는 데, 영어로 설명이 안됐다.
내게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이나 니체를 읽어봤나고 물었다.
모르니까 패스;
서양 documentary로 주제를 돌렸다.
BBC에서 만든 Rome.
documentary는 미국보다 영국이 잘 만든단다.
Discovery, National Geography도 최근에는 깊이도 떨어지고
쓰레기가 됐다는 군.
경제로 넘어가서 워렌 버핏(오마하의 현인), 피터린치.
최근에 워렌 버핏이 빌게이츠와 친해서 빌게이츠 재단에 재산의 90%를
기부했다는 기사가 났다.
미국에는 정말 괜찮은 부자들이 많다.
'패리스 힐튼' 같은 쓰레기도 있지만.
부모가 애를 막 키워서 애를 버린듯.
미국 사람들이 유럽인보다 자식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적단다.
교육보다는 money. 18살 되면 그냥 집에서 내보내면 끝.
교육은 좀 떨어지지만 자립심, 창의성, 사회에 대한 이해는 확실히
미국인이 높다.
반면에 한국인은 교육수준은 매우 높지만 나머지 부분에서 문제가 많다.
세상 물정 전혀 모르고 큰다.
아무튼 이렇게 장장 4시간의 대화는 끝.
미국인과의 최장시간 대화가 되겠다.
(며칠전 강아지를 아끼는 아저씨와의 2시간 대화 기록을 갱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