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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수첩(father's diary)

2003. 10. 19. 02:02 | Posted by 속눈썹맨
  우리 아버지는 diary를 매일 쓰신다.  내가 아는 것만도 2개인데.

  하나는 매년 한 권씩 쓰시는 diary로 어디에 돌아다녔는 지, 거래처는 어디인지.

  돈은 얼마나 썼는 지. 그 외 개인적인 계획, 실천이 들어 있는 diary다.

  그냥 단순하고 지루한 내용이라 자세히 본 적은 없지만 대충 그렇다.

  연말에 파는 내년 diary를 사셔서 항상 쓰시는 데. 집에 쌓여있는 게 30년 분량은 되어 보인다.

  그리고 또 다른 diary는 자동차에 두고 쓰신다.

  주유소나 정비소에 들어갈 때마다 기록하시는 일지다.

  어느 날 아버지의 차 안에서 한 번 열어 봤는 데. 차를 산 이후로 모든 주유 기록, 엔진 오일 교환,

  주행 거리 등.. 자동차를 위해 소모한 모든 자원들이 적혀있다.

  아버지는 이런 일을 수십년간 하셨는 데. 지금까지 그리 특이한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다.

  지금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말 치밀한 분이시다.

  우리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도무지 본인의 꿈이나 현재 하는 일을  얘기를 하시는 분이

  아니라서 알 수도 없고 자식들에게 그런 꼼꼼한 기록을 강요하시는 분도 아닌데.

  나도 어딘지 모르게 많이 닮아 있고 많이 배우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의 성격을 많은 면에서 닮았지만 끈기는 닮지 못한 것 같다.

  나도 게시판 같은 곳에 기록을 많이하는 편인데. 아버지처럼 끈기있게 특정 data를 수십년간 기록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단지 그냥 내키는 대로 아무렇게나 하고 싶은 말만 툭툭 쓰고 있는 것 같다.

  집에서 나와서 산지도 벌써 6년이 되어 가고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한 지도 10개월이 다 되었다.

  하지만 난 지금도 내가 한 달에 얼마를 쓰는 지 모르겠다.

  물론 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모두 남지만 아직도 친척 어른들 누군가에게 가끔씩 받는 용돈과

  현금으로 결제한 금액들은 기록이 남지 않아서 모르겠다.

  나도 아버지처럼 일지를 써봐야겠다. 오늘부터 금전 출납부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