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고생 덕분에 뱃지 단 줄 모르고…"
[조선일보]
지난달 23일 박근혜 대표가 취임하면서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자”며 여의도 옛 중소기업전시장 부지에 마련한 한나라당 천막당사의 ‘고행’을 온전히 겪는 것은 상주하는 말단 당직자들 뿐이며, 이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한국일보가 29일자 신문에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열악한 환경탓에 천막당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스크, 귀마개, 부채, 선크림, 선글라스, 방한복, 장화, 감기약 등은 필수품이다. 또 극심한 일교차와 소음, 황사바람을 견디려면 “남극탐험대보다 더 많은 장비와 체력이 필요하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돈다는 것이다.
천막당사에 상주하는 사무처 직원은 70여명이다. 이들에게 불평은 금기지만 조금만 캐물으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신문은 보도했다.
“아침 저녁엔 추워서 석유난로 옆에서 붙어 있고 낮엔 땀으로 와이셔츠가 흥건히 젖으니 감기가 떨어지겠습니까” “점심시간만 돼도 먼지로 콧구멍이 새까매질 정도이니 오래 살려면 입을 열지 말아아죠” “비가 오면 감전될까봐 고무장화 생각이 간절해요” “산업재해 항목에 ‘컨테이너 증후군’이도 있는지 알아봐 줘요” “비가 엄청 내려 차라리 모조리 떠내려가면 이런 생고생 안 해도 될텐데….”
하지만 천막당사를 지키며 ‘고통’을 겪는 것은 말단 당직자들 뿐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박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매일 오전 회의 때 잠깐 들렀다 이내 사라진다는 것. 당직자들에게 “다들 어디 갔습니까”라고 물으면 “일정이 따로 있으셔서…”라고 말끝을 흐리고 이어 “그래도 함께 땀도 흘리고 먼지도 닦고 하는 게 정도 아닐는지…”라고 한다.
특히 당선자들에 대한 이들의 불만은 폭발 일보직전이라고 신문은 보도했다. “선거 전엔 뻔질나게 드나들던 사람들이 여기 한 두번 와 보고 ‘이런 데서 어떻게 일하나’하고 내뺍디다. 누구 고생 덕분에 뱃지 단 줄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