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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짱 명대사의 '화용론적 분석' | ㅎ.ㅎ/ 2004/04/24 23:08
http://blog.naver.com/alsap/40002008061
1. 서

본 연구는 오래 전 부터 생각해 왔던 구상이었다. 우연치 않게 김성모 화백의 '럭키짱'을 소재로 삼게 되었지만, 정말 이것은 우연의 일치에 불과한 것이지, 화용론(Pragmatics)에 대해서는 2년 전 부터 다루려고 벼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럭키짱'을 폄하한다거나, 김성모씨를 비난하려는 목적은 본고에 없다.

필자는 이 논고를 발표하면서 두 가지를 추구하려 한다.

하나는 '럭키짱'이란 만화가 가지는 대사의 묘가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한 해명이고, 또 하나는 이로 인해 럭키짱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평가이다.

결코 주관적이지 않은, 절대 상식적이고 평범한 입장에서 당당히 우리 네티즌들의 화제 '럭키짱'의 명대사들을 모든 독자 제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다.

2004. 4. 15

2. 본

사람을 더러 Homo Loquens(언어적 인간)라 일컬을 때가 있다. 이는 인간이라는 집단이 타 생물 집단과는 달리 '언어'라는 것을 전유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언어가 있다는 말은 무엇인가. 그 언어를 통해 다른 인간에게 의사를 전달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가. 이러한 언어 교통(대화라 하자)은 무질서하게 이루어지는가? 거기에 대하여 답을 한 것이 하버드대학의 언어학자인 폴 그라이스(Paul Grice)이다. 그는 대화에도 원리가 있음을 제시했으며, 그것이 '대화의 원리(Maxim of Conversation)'이다. 대화의 원리에는 총 4 가지 항목이 있는데, 본고에서는 그 4항목을 럭키짱의 명대사에 적용시켜서 설명하도록 한다.

1) 관계의 격률(Maxim of Relation)

여기 건마가 병상에 누워 아파서 신음을 토해내고 있다고 하자. 만약 그를 쳐다보고 있는 친구와 건마 사이의 대화라면 어떻게 되어야 할까?

친구 : 건마야, 많이 아프니?
건마 : 괘... 괜찮아!

이러한 대화를 우리는 왜 정상적이라고 보는 것일까? 이는 '관련있는 말을 하라(Be Relevant)'라는 원칙이 작용하기 때문이고, 이것을 관계의 격률이라 부른다. 그러나 럭키짱의 명대사는 이러한 기본적인 대화의 원칙부터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


(럭키짱 3부 4권 중)

분명히 건마는 상처를 심하게 입었고, 그 고통으로 인해 신음을 하고 있다. 이럴 때는 당연히 건마의 고통에 관련된 말을 해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건마의 친구는 그저 황당한 '건마야, 혹시 똥마렵니?'란 말을 내뱉고 있다. 이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처구니 없도록 만들어 버린다. 그러나 더욱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건마의 반응이다. '괘... 괜찮아!' 자신이 아파하고 있음에도 '똥마렵니?'란 황당한 질문을 하는 친구에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는 커녕 자연스럽게 답하고 있다. 이는 관계의 격률을 이중으로 위배한 것으로서, 일반인들의 통상적인 관념과 너무도 어긋나기에, 사람들로 하여금 어처구니 없는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럭키짱의 명대사가 '관계의 격률'을 어긴 또 다른 사례를 보자.


(럭키짱 2부 4권 중)

풍호가 마영웅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리는 장면이다. 일반인들은 관계의 격률에 따라 이런 상황에서 '필살기의 이름'이라거나 '죽어라!'와 같은 상황과 관련된 대사를 기대한다. 그러나 역시도 '럭키짱'은 그러한 기대를 여지없이 깨버린다. 상황과는 도저히 상관이 없을 것 같은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란 동요의 가사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는 위와 마찬가지로 독자들에게 어처구니 없는 웃음을 선사한다.

2) 양의 격률(Maxim of Quantity)

이번에는 지대호가 야차단의 한 사람인 시츠하라와 싸우게 되었다. 지대호는 시츠하라를 향해 뭐라 말해야 할까? 그의 육성(?)을 들어보도록 하자.


(럭키짱 3부 3권 중)

지대호는 놀랍게도 그 바쁜 와중에도 자신이 믿는 '불나방의 정신'에 대하여 장광설을 늘어놓고 있다. 그럴 여유가 있느냐 없느냐와는 또 별개로 설명이 장황한 것에 독자들은 또다시 그 어처구니 없음을 느껴야 한다. 왜냐면 여기서 지대호는 양의 격률 중에서 첫 번째 원리인 '필요한 양만큼의 정보를 제공하라(Do nat give more information than required)'를 어기고 있기 때문이다. 필요 이상, 기대한 이상의 설명이 튀어나옴으로 하여 웃음을 유발하는 케이스이다.

다음 경우를 보자.


(럭키짱 3부 7권 중)

김성모 만화의 전매특허. '뭐긴 뭐야?" 전차호에게는 기라긴의 자칭 '미칠듯한 스피드'가 이미 파악되었고, '뭐야?'는 단순한 감탄사일 뿐이지만, 기라긴은 그럼에도 불구 '뭐긴 뭐야? 이 기라긴님의 미칠듯한 스피드지'라 쏘아붙인다. 이러한 대화의 경우, 전차호는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기라긴으로부터 얻은 것이 아니다. 이것은 '양의 격률' 중에서 두 번째 원리인 '가능한한 정보를 제공하라(Make it as informative as possible)'를 위배하였다.

양의 격률 세 번째 원리는 '적당한 양의 정보를 전달하라(Give the right amount of information)'이다. 언뜻 보면 첫 번째 원리인 '필요한 양만큼의 정보를 전달하라'와 혼동될 수 있지만, 이 원리는 첫 번째 원리가 '질문과 관계되는 내용'으로 한정되는 데에 비해, 내용과 전혀 관계 없는 쓸데없는 내용이 많이 들어간 것을 말한다. 그러나 아직 럭키짱에서 여기에 해당하는 내용을 찾지는 못하였다. 이는 훗날 럭키짱 전권을 검토한 후의 과제로 남기도록 한다.(이후, 각 격률의 하부 원리에 해당사항이 없는 경우에는 생략하기로 한다)

3) 질의 격률(Maxim of Quality)


(럭키짱 2부 8권 중에서)

마영웅과 강건마가 풍호를 초대하여 물이라도 대접하려고 하니, 우리의 풍호. 자신만만하게 '수분 섭취는 몸을 무겁게 만들 뿐이야'라 말한다. 그러나 독자들에게는 웃음을 선사한다. 왜냐하면 그말의 근거가 불충분함을 알기 때문이다. '몸을 무겁게 만듦'이란 것 까지는 틀림이 없으나, '몸을 무겁게 만들 뿐'인 것은 결코 아니다. 물은 마시지 않으면 며칠 살지도 못하는 대단히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실이 아닌 정보를 말하는 것은 대화의 원리 중 '질의 격률'을 위배하며, 그 중에서도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것을 말하지 말라(Do no say for which you do not have enough evidence)'를 어긴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 그 사람의 잘못된 정보를 파악한다면 웃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대로 믿어버릴 경우에는 큰 낭패이다. 이러한 예에 드는 것으로는 아래의 것도 들 수 있겠다.


(럭키짱 2부 5권 중)

이 경우, 풍호는 이미 싸움에서 우세가 되었을 뿐더러, 결국은 양무도에게 승리하니 어느 정도 '집중력 차이지!'란 말에 대한 증명을 했을지 모르지만, 역시 실제로도 그런 것인지 대단히 의문스러움에도 자신만만하게 대답하기 때문에 웃음만 유발시킨다.


(럭키짱 2부 3권 중)

역시, 우리의 풍호. 이번에는 더욱 자신만만하게 '발차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라 하면서 열심히 손을 놀리고 있다. 이것은 명명백백한 거짓말을 하는 것이므로 '거짓이라고 믿는 것을 말하지 말라(Do not say what you believe to be false)'란 원리를 어겼다.

4) 태도의 격률(Maxim of Manner)


(럭키짱 1부 13권 중)

삼절필살기의 대가 방사형이 나도하의 앞에서 시범을 보이면서 외치는 고함소리를 보시라. '우와아아앙!' 이러한 고함소리는 문맥을 생각하지 않고 들으면 '울음소리'로 착각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 '기합소리'와 '울음소리'로 해석될 수 있는 애매모호함. 이것은 분명하게 말하고(Be Clear), 표현의 불분명함을 피하고(Avoid obscurity of expression), 간략하게 말하고(Be brief), 체계적으로 말하고(Be orderly), 이중적 표현을 삼가(Avoid ambiguity)는 대화의 원리인 '태도의 격률'을 완전히 어그러뜨린 예라 하겠다.

3. 결

지금까지 필자는 폴 그라이스의 '대화의 원리'에 의거하여 럭키짱의 명대사 몇몇을 조사해 보았다. 이로 인하여, 럭키짱 명대사의 성공요인은 '대화의 원리를 파괴함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어처구니없음'에 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 연구는 럭키짱 전반에 걸친 것이 아닌, 웹사이트 '삼단컴보'에 의거한 것이므로, 앞으로 럭키짱의 전권이 검토되는 자세한 연구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가 럭키짱 뿐만이 아닌 다른 유머나 조크에도 진행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더 넓고 깊은 문헌조사, 논문 참고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참고문헌

사이트 '삼단컴보' : http://hanfile.net/3dancombo/

장영준(2001) <언어의 비밀>(한국문화사) p.286~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