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돈 버는 방법이 참 많은 것 같다.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그런건 별로 생각을 안 했다.
열심히 전공 공부해서 장학금 받아서 학교다니고, 교수가 될때까지 열심히 공부하면 평생 굶지 않을 만큼 월급이 알아서 나오고 그렇게 살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전공 성적이 안나오기 시작하니 장학금이고 교수 같은 아주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기 힘들다는 걸 알게 됐다.
아 그럼 나는 뭘 해야 되지? 교과서를 봐도 애라 모르겠다 뿐이고.
일단은 내가 해낼 수 있을 만큼 쉬운 분야를 다시 찾아야했고, 돈을 버는 방법도 다시 알아가야 했다. 남들처럼 인턴쉽하고 취직하면 되더라고. 시키는 거 잘하고 이것저것 모르는 거 물어보고, 모르면 배째고, 도망도 가보고 그러다보면 매달 월급이 나왔다.
통장에 넣으면 이자도 나오고, 투자하면 돈도 벌린다더라고, 물론 투자해서 말아먹은 돈이 더 많지만 아무튼 그렇게 버는 방법도 있었다.
회사에 다른 분들을 보니 투잡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중고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도 있고, IPO를 해서 돈을 많이 받은 사람도 있었다.
경제학, 경영학 책이나 재테크 책을 보니 돈 버는 방법이 더 많더라고.
그리고 직업이라는 것들이 다 돈을 버는 거니까, 세상 별 직업이 다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전공과는 점점 멀어지고, 심지어 회사의 주 업무 외의 것도 이것저것 기웃거리니까 방법이 정말 많네. 신문에도 돈 벌었다는 이야기가 넘치고 말이지.
아, 그럼 나는 뭘 해야 될까?
이것저것 흥미있어 보이는 분야들도 늘어나고, 싫어지는 분야도 생기고.
결국은 신문에서 보고 소문으로 괜찮다는 새 전공도 하나 골랐다.
새 전공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는 데, 들어와서 이론 수업듣고, 직업 훈련을 매일 받아보니까 이거 또 나랑 적성이 맞는 지 의심이 드네.
그리고 용돈도 부족하고 해서 과외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사실 직장 다닐때도 과외할 시간은 있었는 데, 회사일에 올인하려고 안했거든, 자기 개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영어 듣기 하나는 건졌고, 이것저것 세상 물정에 밝아지고 다시 전공을 그다지 키우지 못했다.
요즘은 보니 자기개발에도 돈이 많이 들더라고, 새 전공에 너무 많은 돈을 쏟아붓는 바람에 남는 돈이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통장이 마이너스가 되기 한 달쯤 전에 과외를 새로 시작했다. 이거 그냥 잠깐 하는 일처럼 생각했는 데, 물론 액수도 얼마 안되지만, 그래도 지난번 직장보다 시간당 임금도 많이 주고, 생각보다 훨씬 재미도 있다.
70~90년대까지 과외는 대학생들이 용돈이나 등록금 벌려고 잠시하는 일이었고, 학교에서 해직된 선생님들이 주로 학원을 열었다. 사교육 광풍이 계속부니 점점 전문적이되서 결국 지금은 학교 선생님들보다 수업시간도 많고, 연봉도 많은 사람들이 점점 생겨나서 결국 메가스터디가 대박을 내기도 했다. 학습지, 학원, 문제집(수학정석 등..). 과외 시장에서는 순수학문 전공자(국어, 영어, 수학, 과학)가 대접도 잘 받더라고. 수학과/물리학과는 교수가 못되면 참 인생 힘들다고 생각했는 데, 35살 이전에 과외시장에 뛰어들어 한 5~10년 잘하면 먹고 살겠더라고. 금융수학도 뜨고지고 하고.
그리고 항상 근로소득만 생각했는 데, 큰 돈은 투자소득으로 버는 게 더 많단다.
연봉은 아무리 잘해도 몇십퍼센트 오르는 일이 거의 없다. 미국에서는 좀 더 가파르게 오른다고 하더라만. 하지만 투자소득은 1년에 몇 배가 오르고 내릴 수도 있다. 주식은 하루만에 20~30%까지 등락하고 선물옵션은 훨씬 더 빠르게 변한다. 부동산도 거의 불패도 항상 올랐단다.
돈 많이 버는 거 찾아보려고 한 2년 살았는 데, 그 돈 벌어서 또 뭐하나 싶었다.
뭐 아직 번건 없고 쓰기만 많이 했지만, 나중에 번다고 돈을 정말 많이 붓고 있다. 주식투자 같은 것 외에 교육에 지금 나만큼 투자하는 사람이 한국에 별로 없다. 한국에서 제일 비싼 학과 중 하나를 다니고 있으니까.
결국은 돈 벌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인데, 처음부터 행복하게 벌면서 살면 되잖아. 좋아하는 직업을 고르면 되지, 하기 싫은 걸로 벌어서 여가 시간에만 행복한 일을 하는 건가? 남들과 행복의 조건도 나는 좀 다르더라고. 남들이 다 하는 평균적인 일들도 물론 즐겁지, 맛있는 거, 좋은 옷, 좋은 집, 차, 아름다운 마누라와 자식들, 신나는 파티.
나는 직업에서 얻는 성취감이 평균보다 큰 것 같다. 마치 연봉이 낮고 힘든 군인들처럼 말이다. 장군이 되서 사람들을 지휘하는 게 평생 소원인 사람들이 있다. 전쟁에서 영웅이 되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고. 의사들도 남들에게 존경받고 사람을 살리는 사명감이 있고. 경찰, 판사, 검사, 공무원 ... 뭐 공적인 직업들이라고 불리는 게 대부분 그렇네. 경제가 엉망이 되니 더욱 그런 직업이 인기가 있고.
하지만 나의 기대감은 항상 비현실적이다. 매일 30명의 사람을 고치거나(충치 고치기), 1~2명의 사람을 살리는 일(구강외과 수술이라든지)로는 만족을 못하는 것 같다. 물론 그 일도 매우 도전적이고 힘들다. 지금부터 열심히 10년은 해야 한다.
어떻게 단기간에 되는 게 없을 까? 한 번에 수천만명의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방법이 없을까? WWW(world wide web)을 발명한 사람이나 짧은 시간 내에 많은 product와 성과를 내는 산업.
말은 쉬운데, 에디슨처럼 발명을 수천개해야 그 중에 몇 개 성공할 수도 있고, 질레트 안전 면도기처럼 만드는 데 10~20년이 걸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