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
속눈썹맨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포도'에 해당되는 글 1

  1. 2008.09.19 포도 4

포도

2008. 9. 19. 23:56 | Posted by 속눈썹맨

작년까지만 해도 포도를 좋아하지 않았다. 포도가 맛이 없어서 그랬던 건 아니었어. 포도주스는 자주 사먹었거든.
그럼 포도가 도대체 왜 미웠을 까?
포도는 먹기가 불편하다. 먹고 나면 여기저기 지저분해지니 말이지. 바나나, 귤은 까서 꿀꺽하고 나면 물이 떨어지지 않는 껍질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반면에 포도는 먹고 나면 물이 뚝뚝 떨어지는 껍질이 남는다. 물이 튀어서 옷에 물이 들면 잘 지워지지도 않는 다. 그리고 가장 야만적이라고 생각됐던 점은 포도를 입에 넣고 난 후 씨앗을 다시 뱉어야 한다는 점.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계속 퇘~퇘~ 거리는 건 매너도 좋지 않잖아. 포도는 매너없는 과일이다. 먹고 나면 손이 포도즙에 풍풍 불은 모습이 되고 손을 씻어도 손에 포도향이 남는다.
먹고 난 후의 포도송이의 앙상한 가지도 너무 징그럽다. 팀 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에 나오는 해골들이나 그것들이 사는 앙상한 숲 같잖아.

요즘은 왜 잘 먹는 거지?
어른이 되서 주부로써의 능력도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큰 개인그릇을 이용해서 깔끔하게 포도 씨앗을 밖으로 튀지않게 모을 수 있고, 포도송이도 가위로 잘라서 내가 먹을 만큼만 잘라 먹으면 된다. 남이 포도송이를 권할 때는 항상 내가 먹고 싶은 양보다 너무 많이 줘서 다 먹지 못했거든. 포도를 많이 먹으면 배도 부르고 pH가 너무 낮아서 입안과 위속이 신맛이 가시지 않고 속이 쓰린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위산과다는 내 평생 질환이거든.
그리고 나만의 주방과 세면대를 가지고 있으니까 너저분한 것들을 얼른 처리할 수 있다. 옷에 물이들면 내가 빨면 되고. 옷에 물들었다고 화내는 사람이 없다.

고로 포도는 내 집에서 인프라가 갖추어 졌을 때, 혼자 먹는 게 제일이네.

비슷한 이유로 게도 먹기 싫을 때가 있다. 맛은 있지만, 외골격을 부수기 어렵고 외골격의 파편이 치아에 끼면 치간을 너무 벌려놔서 불쾌하다. 하지만 너무 맛있으니 가짜(합성, 모조) 게인 게살맛을 사먹는 거겠지.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