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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19 재정독립

재정독립

2009. 5. 19. 20:12 | Posted by 속눈썹맨

결국은 어느 집단이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의 목표를 잘 이뤄내기 위해서는 재정독립이 필요할 것 같다.
뭐 학생으로 4년 반 정도 밖에 공부 안했지만, KAIST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회계에는 전문적일지 몰라도 과학에는 무지한 정부에 의지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일단 지원금 총액으로 봐도 정부가 예산이 넉넉하고, 기초 과학 발전에 강한 의지가 있던 시절에는 쉽게 돈을 많이 떼어줬을 지 모르겠지만, 요즘처럼 먹고 살기 힘들고, 이런저런 규제를 넣기 시작하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KAIST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여러 조치들이 사실은 KAIST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말하자면 우리 나라 정부(음.. 예산 짜는 국회나 그것을 잘 나눠 집행하는 행정부의 재경부(?), 교육과학부(?)라고 해야 되나. 내가 국가 행정은 잘 모르니까.)는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너무 단기적으로 바라보고 쉽게 결과를 빼먹으려고만 하고 평가하는 방식도 그다지 잘되어있지 않아서, 장기간 바라봐야 하는 좋은 연구도 못하게 되는 것 같고, 과학자들이 잘 크는 것도 막는 것 같다.
단순히 정부가 무능하다거나 게으르다는 식으로 폄하할 의도는 없지만, 어떻든 간에 행정고시, 기술고시를 본 사람들이 과학 연구를 지원하는 올바른 방식을 모르는 것 같다. 혹은 알아도 정부라는 조직 체계로는 그것을 지원할 수 없다.
우리는 뭐든지 못하면 행정부를 탓하고, 국회를 탓하는 데.
그리고 윗사람을 탓하고. 우리 스스로가 그들로부터 독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많은 사업들과 시스템들이 너무 정부에 의존해있다.
서양처럼 정부가 아닌 민간(자본, 시장, NGO 뭐 그런거..)이 처음으로 시도한 것들이 얼마나 되나 모르겠다.
서구의 근대화를 따라 잡기위해(따라 하기 위해) 정부가 너무 많은 것을 손에 쥐게 되버렸다. 각 개인이나 기업이 그것들을 들고와서 해낸 것도 있지만,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하면서 많은 것을 밀어부쳤다.
비단 정부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그렇다. 대기업에 의존해있는 많은 중소기업들은 정말로 힘이 든다. 대기업의 횡포를 견디기가 어렵다. 물론 대기업이 한국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해서 정말로 틈이 별로 없지만. 내가 다녔던 네오위즈나 NHN 같은 능력있고 운도 좋은 기업들은 중소기업임에도 대기업의 그늘에 있지 않았다. 뭐 인터넷 서비스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가 점점 늘어나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네오위즈, NHN은 여전히 어떤 의사결정이든 독립적으로 해낼 수 있는 행복한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뭐 그 기업들이 과연 어떤 미래를 상상하고 실천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현금이 두둑하니까.)
나도 어떻게든 내가 생각하기에 합리적인 사회로 이민을 가든지, 내 스스로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기업을 세우든, 병원을 열든 하고 싶은 생각이 있으니까.
그 날이 오면 더 이상 한국의 정치인들을 원망하거나, 누구를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의 시스템이 맘에 안들면 이민을 가고, 광주에서 살기 싫으면 이사를 가고, 직업이 싫으면 바꿀 수 있고. 뭔가 다양한 방식으로 내 마음에 들게 잘 살아가는 길을 찾아야지.
한국이 바뀌고 살기 좋아지만 정말로 좋겠지만, 내가 원하는 바대로 한국 사회가 그렇게 빨리 바뀌어 줄꺼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뭐 내가 정치에 뛰어들어서 한국사회를 내 생각만큼 급진적이고 과격하게 바꾸기보다는 내가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익혀서 다른 곳에서 사는 게 훨씬 실현 가능하지 않겠어?
바보는 세상에 맞춰살고, 천재는 세상을 바꾼다. 라는 말이 있는 데, 나는 바보처럼 여기서 맞춰 살고 싶지도 않고, 천재라서 이 곳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내게 맞는 새 세상을 찾아봐야지.
'재정독립'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단지, 돈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누군가 돈을 줄때는 여러가지 크고 작은 규제가 있기 마련이니까. 심지어 부모님이 공부를 하라고 용돈을 주셔도 거기에는 규제가 숨어 있다는 거지. 부모님께서 내리시는 모든 의사결정이 의도는 나에게 좋은 길이 되기를 바라시지만 내게 반드시 좋은 것일 수는 없다는 거지.
100만원의 돈을 책을 사는 것도 좋지만, 정말로 내가 판단하기에 그 돈으로 투자를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사람도 있고.
부모님이 맘에 드는 어떤 처자와 결혼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내 맘에 드는 다른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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