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제주도로 전산과 졸업여행을 다녀왔다.
대학 동문 친구들과는 별로 친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은 데.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밖에 없어서 그래도 많이 참석했다. 40명.
출발 전날. 회사 퇴근하자마자 대전으로 내려갔다. 광민이랑 같이 가려고 했는 데. 광민이 휴대폰이 고장나서 연락을 못했다. 그냥 혼자 내려왔다.
터미널에서 광민이를 보긴했는 데. 버스 시간이 급한지 황급하게 뛰어가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비가 엄청나게 내렸다. 피곤한 버스 여행을 마치고 KAIST에 도착했다. KAPP동방에 가려고 태울관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옆에서 누가 인사를 했다. 별바 후배 현경이. 음.. 왠일이지.. 별바 동방에 가는 길이란다. 동방에 불이 켜 있었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동방으로 쑥~ 들어갔다. 수요일 10시. 별바라기 정모시간. 시간 맞춰 온게 되버렸다. 올해도 축제 준비하느라 바쁜 모양이다. 옆에서 이러쿵 저러쿵 훈수두다가 왔다.
KAPP 동방은 우영이랑 형민이가 지키고 있었다. 오랜만에 탕수육 야식을 시켜먹었다.
공돌이들이 하는 일상적인 대화 -DB, Coding 등... - 를 나누다가 형민이네 방에서 잠이 들었다.
아침 9시. 드디어 출발. 대진, 건우, 태인, 우남, 혁 등.. 평소부터 알고 있는 전산과 친구들과 얼굴만 아는 친구들, 이름만 아는 친구들 그리고 처음보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비는 계속해서 내렸다. 과연 완도에서 배를 탈 수 있을 까? 걱정됐다. 버스는 유성을 떠나서 정읍까지 호남고속도로를 타다가 국도로 나왔다. 이리저리 갔는 데. 길도 모르고 분위기도 조용하고 해서 잤다. Zzz
눈 떠보니 서해안 고속도로 상이었다. 함평, 무안 - 아버지 고향 - 바로 옆을 지나서 버스는 목포까지갔다. 요즘 버스만 너무 오래타는 것 같다. 힘들었다. 다시 2시간 더 타고 나서 완도에 도착했다.
관광버스 분위기는 매우 조용했는 데. 완도에 도착하면서 부터 점점 전산과 친구들과 친한척했다. 비도 다행히 그쳤다. 그 후로 4일간 비는 전혀 오지 않았다.
배를 탔다. 아주 큰 배라서 몇 백명은 타는 것 같았다. 파도도 거의 없었고 거의 기차 여행처럼 흔들리지도 않았다.
이리저리 자리 잡아서 앉았는 데. 좌석이 버스처럼 있는 게 아니고 그냥 온돌처럼 넓은 공간에 사람들이 양반다리하고 앉거나 누웠다.
앉고보니 교수님 옆. 한환수 교수님이신데. 학부 88학번이시고 올해 처음 부임하셨다고 한다.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고 인사하기도 뻘쭘해서 혼자 계셨다.
친구들이 카드, 벽돌빼는 블럭(뭐 였더라?) 그거 가지고 와서 놀았다. 젊은 교수님이시니까 같이 놀았다.
그래도 바다 나왔으니 밖에 나가야 된다는 생각이들었다. 그리고 여행에 남는 건 사진 밖에 없으니까 마구 찍기로 했다. 비는 안 왔지만 안개가 많이 끼어서 밖에는 파란 바다와 하얀 구름, 안개 밖에 안 보였다. 갑판 위에 친구들 6명 외에는 아무도 없어서 중학교 때 하던 깡통 축구를 하게 됐다.
남들보면 민망하게 이리저리 깡총깡총 뛰어다녔는 데. 뭐 전산과 친구들 6명 밖에 없으니까 다들 그렇게 놀았다.
디카는 왼쪽 윗주머니에 넣어뒀다. 재미있게 한참 놀다가 몸이 살짝 기울어졌다. 넘어질뻔해서 멈췄는 데. 관성 때문에 디카가 윗옷 주머니에서 빠져나왔어.
헿~~ 휭~~~~
디카가 날아갔다. 배 난간에 살짝 부딪히더니 다시 위로 튕겨져 나왔다. 배터리와 디카 본체가 분리되고 이미 배 밖으로 벗어났다. 포물선을 그리면서 남해 바다로 보글보글 빠져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데 나와 친구들 모두 슬로우로 지켜봤다. 마치 애니메이션이나 시트콤처럼.
T.T 24만원짜리 여행에서 30~40만원짜리 디카를 제물로 바치게 됐다. 아까웠는 데. 이미 빠뜨린 물건 자꾸 마음에 두면 안 될 것 같아서 잊기로 했다. 오히려 액땜했다고 생각하고 사진기 가지고 있어봤자. 사진사 밖에 안되니까 친구들 사진기에 최대한 많이 찍혀보자고 마음 먹었다.
천 년쯤 뒤에 고대 유물로 발견되거나 10만년 후에 화석으로 발견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