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못말려
낡고 묵은 것으로 새 것을 누르지 말자. 어른이 어린이를 내리누르지 말자.(방정환, ‘아동 문제 강연 자료’에서)
어린이는 결코 부모의 물건이 되려고 생겨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어느 기성사회의 주문품이 되려고 난 것도 아닙니다. 그네는 훌륭한 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고 저는 저대로 독특한 한 사람이 되어 갈 것입니다. 그것을 자기 마음대로 자기 물건처럼 이렇게 만들리라 이렇게 시키리라 하는 부모나, 이러한 사회의 필요에 맞는 기계를 만들리라 하여 그 일정한 판에 찍어 내려는 지금의 학교 교육과 같이 틀린 것, 잘못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방정환, ‘소년의 지도에 관하여’에서)
요즈음 아이들이 어른이 되기까지는 참 ‘힘’이 든다. 어른들이 그냥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온갖 학습지와 학원, 과외에 둘러싸여 아이들의 하루하루는 점점 더 분주해진다. ‘꼭 필요한 교육’을 위해 ‘학교’가 있지만 많은 어른들은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방송이나 잡지, 광고에서 조기교육이 어떠니 영재교육이 어떠니 떠들어대면 도무지 정신을 못차리고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에게 ‘빨리빨리’와 ‘많이많이’는 쉽게 피해 갈 수 없는 ‘주문’이자 ‘기도’인 모양이다.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도 학원 두세 개에 학습지 몇 개는 기본이고 영어에 속셈에 미술에 피아노까지 아이들은 만신창이가 된다. 아이들은 그저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골라주는 대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뱅글뱅글 돌게 된다.(그 조그만 머리 속에 도대체 얼마나 많이 집어 넣어야 속이 시원한 것인지.)
이제 아이들에게 ‘배운다’는 말은 ‘머리에 마구 쑤셔 넣는다’는 말과 같다. 바르게 살아가려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빨리, 많이 배우려고 살아가는 것이 요즘 아이들이다. 길 때 되면 기고 설 때 되면 서는 것이 아이들인데, 어른들은 시간을 거스르는 짓을 겁내지 않는다. 피아노를 가르쳐도 바이올린을 가르쳐도 아이가 즐거워하는지 재미있어하는지는 뒷전이고 진도가 얼마나 나갔는지에만 집착한다.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도 엄마 눈치를 보느라 아이에게 어디에서 어디까지 스무 번을 연습해 와라, 무엇을 서른 번 복습해라 하면서 아이를 들들 볶는다.
옛말에 개도 빠져나갈 곳을 보고 쫓으라고 했는데, 우리 아이들은 도무지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아이가 잘 크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참사람이라는 것이 어디 어른 마음대로 조물락조물락 만드는 것인가.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하는 것처럼,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하는 것처럼, 아이들을 내모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공부해라’ 일테고, 미리 배우지 않고 제때 받는 교육은 ‘뒤처진 교육’ 일테고, 옆집 아이 뒷집 아이는 모두 경쟁 상대일 것이다.
아이가 바르게 자라기를 바란다면, 꿈을 가진 사람, 제 빛깔을 가진 사람, 창의적인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아이들이 ‘저절로’ ‘스스로’ 크게 놔두지 않는 이런 교육이 과연 ‘좋은 삶’을 위한 교육인지 말이다.
동요작곡가
노래 들을 수 있는 곳=백창우 홈페이지 www.100do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