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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국회의 최고위직은 3부(府) 요인의 한 사람인 국회의장이다. 국회의장단을 포함한 국회의원, 국회사무총장, 국회도서관장, 사무처 직원 등이 입법부를 구성한다. 국회에 근무하는 사람 중 가장 낮은 자리에 위치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늘진 곳에서 묵묵히 자기 할일을 하는 사람은 아마도 청소부원일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126명(여자 93명, 남자 33명)의 청소부원들이 있다. 이들은 3개조로 나뉘어 국회 본청, 의원회관, 국회도서관을 각각 담당하는데, 의원회관에는 32명(여자 25명, 남자 7명)이 근무한다. 1980년대 초까지 이들의 신분은 국회사무처 공무원이었으나 현재는 용역회사 IBS 소속이다. 이들 중에는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시절인 1978년부터 청소를 해온 70대 여성도 있다.


지난 4월 말~5월 초, 청소부들은 17대 국회 개원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특히 17대 국회는 초선의원이 187명으로 역대 국회에서 현역의원 물갈이 비율이 가장 높다. 방을 빼는 의원들의 수만큼 나오는 쓰레기 양도 많아 바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간조선은 청소부 아줌마들과의 그룹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늘진 곳에서 국회를 깨끗하고 청결하게 만들기 위해 매일같이 먼지를 들이마시고 있는 청소부 아줌마들. 언론을 통해 비쳐지는 국회의원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의도되고 연출된 겉모습이라면 이들의 눈에 비친 그것은 국회의원의 적나라한 속살일 것이다. 의원들과 직간접으로 접촉하는 이들의 눈에 비친 국회의원은 어떤 모습일까? 또 어떤 의원이 A학점의 평점을 받고 있고 반면 F학점을 받는 의원은 어떤 사람일까?




<편집자 주>




송영길 의원 “고생하신다”며 껴안기도




의원회관 건물은 ‘ㄷ’자를 반대로 놓은 형태다. 청소부 아줌마들은 3명이 한 층씩을 맡아 아침 청소를 한다. 제일 먼저 도착하는 여비서가 문을 열면 청소부 아줌마가 들어가 쓰레기 통을 비우고 의원 전용 화장실을 청소한다.




40대 후반의 아줌마는 기자가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하자 한사코 취재를 사양했다. 의원 보좌관과 여비서들로부터 간접적인 취재를 한 뒤 기자는 청소부 아줌마 10여명이 모여 당선자 인사장 봉투 넣기 작업을 하는 곳으로 찾아갔다. 박봉(薄俸)에 시달리는 이들의 유일한 과외 수입이 ‘인사장 봉투작업’이다. 이들은 처음엔 기자를 경계하며 입을 열지 않았다.


“이 일이라도 해야 누워 있는 영감 약값 버는디…” “괜히 얘기했다가 이 일자리마저 없어지면 어떻게 하라구유”라고 말했다. 기자가 재차 “아무 얘기나 괜찮다. 평소 느낌을 얘기해달라. 절대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고 말하고서야 그들은 평소의 생각을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국회의원들이 제발 한결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처음에 국회의원이 되어 들어오면 처음 며칠은 인사도 잘 받아주고 하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많은 의원들이 인사도 받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청소부 아줌마들이 국회의원에 대해 가장 섭섭하게 생각할 때는 궂은일을 하는 자신들을 인간적으로 대해주지 않을 때라고 한다. 반대로 이들은 자신들에게 겸손하고 진실하게 대하는 의원들에 대해서 누구보다 열렬히 박수를 보낸다.


먼저 16대 의원에 대한 청소부 아줌마들의 소박한 인물평(評)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낸 이재오(李在五) 의원은 청소부 아줌마들로부터 ‘한결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소원들에 따르면 이재오 의원은 언제든지 인사를 잘 받아주고 지나가다가 청소원들을 만나면 반드시 “얼마나 힘드십니까?”라는 말과 함께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려준다. 청소부 아줌마들은 지난 4월 15일 개표방송을 보면서 이재오 의원이 역전승하는 순간 박수를 치며 환호를 했다고 한다.




강재섭·박근혜·임태희·이성헌·정갑윤·김경천·이낙연씨도 ‘호평’




경기 광명을에서 재선에 성공한 한나라당 전재희(全在姬) 의원은 청소부원들의 장갑 낀 손을 덥석덥석 잡는 사람이다. 한 청소부원은 “전재희 의원은 우리를 볼 때마다 악수를 하려 하는데, 내가 ‘더럽다’고 하면 ‘더러운 손이 우리나라를 살리는 손’이라면서 손을 잡고 격려해주곤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로 서울 강동을구에 출마한 심재권(沈載權) 의원도 청소부 아줌마들이 좋아하는 의원이다. 심재권 의원이 낙선하자 몇몇 청소부 아줌마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한다. 마음씨가 착하고 인간성이 너무나 좋아 청소부 아줌마들 대부분이 그를 좋아했다는 것이다. 70대 여성은 “그런 사람이 국회의원에 떨어진 게 너무 아까워…”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충북 진천ㆍ괴산ㆍ음성에서 낙선한 자민련 정우택(鄭宇澤) 의원은 청소부 아줌마들을 가족처럼 대해준 의원이었다고 한다. 어떤 아줌마는 “정우택 의원이 떨어지는 것을 보니 너무 안돼서 눈물이 다 나오더라”고 했다. 정우택 의원이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3월,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되었을 때 그는 축하란을 전부 청소부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지역구 3선에 성공한 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의원은 언제나 자상한 마음을 베푸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늘 웃는 얼굴을 대하면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라는 게 정세균 의원에 대한 일치된 평가다. 인천 계양구에서 재선에 성공한 열린우리당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청소부 아줌마들을 친어머니처럼 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덩치가 큰 송영길 의원은 “고생하신다”면서 청소부 아줌마를 껴안기도 한다.


이들 의원 외에도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박근혜(朴槿惠) 임태희(任太熙) 이성헌(李性憲) 정갑윤(鄭甲潤) 의원 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민주당 김경천(金敬天) 이낙연(李洛淵) 의원이 마음씨가 따뜻한 의원으로 알려졌다.


청소부 아줌마들은 “인사를 했을 때 안받아주면 꼭 이런 일을 하는 청소부라고 무시하는 것 같아 정말 기분이 나쁘다”고 말한다. 민주당 후보로 전남에서 출마해 낙선한 K 의원은 청소부원들 사이에서 ‘제일 거만하다’고 낙인 찍힌 경우다. K 의원이 낙선하자 청소부 아줌마들은 휴게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면서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고 한다. K 의원이 인심을 잃은 가장 결정적 이유는 인사를 안받을 뿐만 아니라 “너무나 싸가지 없이 굴어서”라고 한다.


열린우리당 중진의원인 K모 의원도 인사를 안받아주기로 소문이 났다고 한다. K 의원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자. “K 의원은 바로 눈앞에서 인사를 해도 인사를 안받아준다. 청소부 아줌마들은 제발 그가 떨어지기를 바랐는데, 이번에 당선됐다. 그런데다 무슨 높은 자리로 간다는 얘기가 나오니 원….”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내다 비리 스캔들에 휘말려 사퇴한 K 의원은 청소부원들로부터 그 사건 전부터 일찌감치 낙제점을 얻었다. “그는 거만하기 이를 데 없다. K 의원이 회관에 들어오면 비서진들이 일제히 엘리베이터까지 나가 영접을 하고 그를 에워싼 채 들어오곤 한다. 그게 무슨 정치인이냐 도적놈이지!”




열린우리당 모 여성의원도 청소부 아줌마들에게 ‘인간성 문제’로 최하점을 얻었다. 이 여성의원에게는 비서들이 오래 붙어있지 못하는 것이 인간성에 문제가 있다는 단적인 증거라고 말한다. 어떤 여성은 “제발 이번엔 떨어지길 바랐는데, XXX 문딩이들이 (속도 모르고) 그런 인간을 찍어줬다”고 목청을 돋우었다.




홍재형·박인상·이완구·홍사덕 의원, 명절 때마다 선물·떡값 챙겨줘


명절 때마다 청소부원들을 챙기는 의원들도 인기가 높다. 열린우리당 홍재형(洪在馨) 의원은 자신의 월급에서 청소부원들에게 명절 때마다 2만~5만원짜리 선물을 돌린다. 민주당 비례대표 박인상(朴仁相) 의원도 4년 동안 명절 때마다 딸기잼 같은 것을 따로 준비해 청소부원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한나라당 이완구(李完九) 의원은 명절 때 선물이 들어오면 비서진들이 대부분 청소부원들에게 선물한다.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의원은 자기방(424호)을 담당하는 청소원에게 일 년에 신정, 설, 추석 3차례씩 촌지(寸志)를 전달하곤 했다. 그러나 떡값은커녕 들어오는 선물을 비서들을 시켜 집에 실어날라도 청소원들에게는 국물도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여비서를 잘 둔 것으로 후한 점수를 받고 있었다. 여비서 민수영씨에 대해 청소부들은 “천사 같다”고 평했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민수영씨는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한나라당 강인섭 의원의 경우도 역시 보좌관을 잘 둬 칭찬을 받고 있었다.










신순범 전 의원, 청소부 전원에 식사 대접


전직 의원들 중에서 청소부원들이 잊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람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신순범(愼順範) 전 의원, 최창규(崔昌圭) 전 의원 등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의원 시절 명절 때마다 모든 청소부들에게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우산, 내의 등을 별도로 준비해 선물하곤 했다. 전남 여천에서 11~14대 의원을 지낸 신순범씨는 국전(國展) 서예 부문에 입선할 정도로 서예가 수준급이다. 신씨는 청소부원들에게 전부 서예작품을 선물했다고 한다.


어떤 청소부는 “우리 같은 사람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주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신씨를 그리워했다. 신씨가 청소부원들을 감동시킨 것은 그가 14대 국회를 끝으로 국회를 떠날 때 청소부 전원을 국회 후생관 식당으로 불러 불고기를 대접했다고 한다. 어떤 여성이 기자에게 물었다.


“이런 사람은 왜 국회의원에 또 나오지 않는 거래요?”




최창규 전 독립기념관장도 ‘못잊어’




11ㆍ12대 민정당 의원을 지낸 최창규 전 독립기념관장을 잊지 못하는 청소부원도 있었다. 당시 최창규씨의 여비서와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낸다는 것이다. “그 분을 우연히 국회 상임위원회 자리에서 다시 만났는데 내가 혼자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다는 것을 잊지 않고는 꼭 독립기념관으로 데리고 와서 인사시켜 달라고 당부를 했다.”


경력이 오래된 청소부들은 대체적으로 민정당 소속 군 출신 의원들이 뻣뻣하고 차가웠다고 기억한다. 육사 출신의 P 의원은 인정머리 없기로 소문이 났는데, 주인을 닮아서인지 비서진들도 냉랭했다고 기억한다. 의원의 마음이 따뜻하고 인격이 훌륭하면 대개가 보좌진들도 그런 사람들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재오·전재희 의원의 방 같은 경우는 비서진들이 한 가족처럼 사이가 좋고 전부 친절하다고 한다.




14대 의원을 지낸 모씨는 여비서(9급)와 오랜 기간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여비서는 의원의 후광을 바탕으로 때때로 보좌관(4급)보다 월권을 행사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이 의원방 청소를 맡은 담당자는 이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비서진들 다음으로 눈치를 챘다고 한다. 13대 의원을 지낸 K씨는 바람둥이로 소문이 났다. K씨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자를 밤늦게 회관으로 데려왔다가 청소부들에게 들키기까지 했다.




의원과 여비서와의 ‘사랑’은 의원회관이 현재 KBS연구동이 들어있는 아파트형 건물에 있을 때는 종종 일어나기도 했지만 복도식인 현재의 의원회관에 입주한 뒤로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 청소원들의 이야기다.


현재 의원회관은 낙선자가 되어 방을 빼는 사람들로 하루종일 어수선하다. 기자가 청소원 아줌마들에게 낙선자 중에서 제일 먼저 방을 정리하고 나간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홍사덕 의원은 해병대 출신답게 앗쌀하게 선거 다음날 짐을 싸가지고 나갔다” “정균환 의원과 최명헌 의원도 며칠 뒤에 곧바로 짐을 쌌고 비서진들은 여기 와서 오는 전화만 받고 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느 당 소속 의원이 청소부 아줌마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당에 따라 다른 게 아니라 의원 개개인의 인성과 성향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부 아줌마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국회의원이 되기 전 재야활동 등으로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나 야당의 설움을 많이 맛본 사람들이 대체로 의원이 되어서도 그늘진 곳에서 고생하는 청소원들을 진정으로 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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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중요한 정보를 빼낼 때 특히 청소부로 위장을 많이 하는 데.


(특히 정부 기관일 때..)


기자들도 좋은 기사 많이 얻어내려면 청소부를 정보원으로 심으면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