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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이영완 기자) 인터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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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대학이나 과학이나 모두 경제적 측면에서 보아야 하고, 시장가치에 따라 평가받아야 합니다.” 경북 포항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물리올림피아드에서 만난 로버트 러플린(54) KAIST 총장은 인터뷰 내내 시장가치를 강조했다. 지난 9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러플린 총장은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지난 14일 KAIST 총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이공계 기피현상도 시장에서 풀어야 한다고 전제, “이 문제를 풀려면 우선 이공계에 진학해도 돈을 벌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면서 “현재 학생들이 직업 중 의사를 선호하지만 나중엔 공급 과잉으로 의사가 지금처럼 많은 돈을 벌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같은 후기(後期) 산업사회에서 과학은 어떻게 더 많은 기업을 만들어내고 가치를 창조할 것인지 고민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러플린 총장은 노벨상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노벨상을 최고로 이야기하지만 과연 그 명성 만큼 가치가 있는지 묻고 싶다”면서 “납세자에게는 노벨상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플린 총장은 한국의 과학계는 미국보다 규모가 작아 새로운 형태의 연구 모델을 더욱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규모가 작기는 해도, 경제 규모에 비해 기초과학 수준이 뛰어난 스위스·스웨덴 등은 제가 생각하는 모델이 아닙니다. 경제 규모가 커서 대규모 과학투자가 가능한 일본이 우리의 경쟁상대이자 모델이라고 봅니다.”


러플린 총장은 “KAIST는 국립대와 미국 사립대의 중간쯤에 있다고 본다”며 “장기적으로 사립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를 보세요. 처음엔 주립대였지만 점진적으로 각 캠퍼스가 자체 기금을 만들어 사립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역사 깊은 독일 국립대학들도 최근 사립화의 길을 가고 있고, 일본도 비슷합니다. 장기적으로 한국 정부도 국립대를 사립화할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그는 총장으로서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면서도 자체발전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작은 변화’와 ‘작은 개혁’부터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가령 특정한 연구결과물을 낸 교수가 그 성과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갖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는 식이다.


그는 과학대중화에도 관심이 많다. “웹 저널을 만들어 KAIST 교수들이 자신의 연구결과를 인터넷을 통해 대중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러플린 총장은 아내 아니타와 화학과 경제학을 전공하는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그는 이번 물리올림피아드에 가족과 함께 참가했다. 인터뷰 말미에 러플린 총장은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와 긴 시간 토론 끝에 서로의 직업에 충실하기로 했다”며 “다른 무엇보다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것이 한국에서 가장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아쉬운 심경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