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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짊어진 돌고래를 낙하산 투하?
[도끼미디어 2004.11.11 10:32:04]
















사람에게 가장 친숙하면서도 개나 고양이처럼 애완용으로 기를 수 없는 동물이 있다. 동물들 중 머리가 좋기로 소문이 난 돌고래. 영화와 만화에 자주 등장해 인간의 든든한 친구로 자리매김한 대표적인 해양포유동물이다.


그러나 온순하기만 한 이 동물이 미 해군의 비밀병기로 월남전에 참전하고, 현재까지도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해병이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10일 저녁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영된 `애니멀 솔저` 제 2편에서는 해군에서 맹활약 중인 돌고래의 이야기를 다뤄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방송에 따르면 돌고래를 비롯한 해양포유류를 군사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60년경. 몇몇 돌고래를 선발하여 군사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이 먼저 실시됐다.


이 실험을 통해 밝혀진 돌고래의 능력은 당시로선 대단한 발견이었다. 지금은 상식으로 알고 있는 `돌고래가 초음파를 이용하여 주변 사물을 명확하게 인식한다`는 사실도 이 때 명확하게 알려진 것이다.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본 결과, 초음파를 통한 돌고래의 인지능력은 놀라운 수준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을 가려도 둥근 고리를 통과하는 것쯤은 죽 먹기였고, 금속판 두 개의 머리카락 굵기의 미세한 두께 차이도 쉽게 판별한 정도로 뛰어난 기능을 나타냈다.


돌고래의 이런 능력은 곧바로 군사적 목적에 활용되었다. 바다에서 실험한 각종 무기 잔해물을 수거하거나 바다 속 지뢰인 기뢰를 제거하는 일에 돌고래는 두각을 드러냈다. 잠수정과 잠수부대원을 투입해야 하는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을 돌고래는 아주 쉽게 해낸 것. 금방 목표물을 찾아내서는 그 위치를 인간에게 알려주고 직접 인양고리를 다는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처리했다.


돌고래의 군사적 유용성이 증명이 되자, 미 해군은 베트남전에 훈련된 돌고래 병사 5마리를 파견했다. 당시 미군 군수물자가 보급되고 있던 베트남의 캄란만에서 돌고래 부대는 야간 보초병의 역할을 담당했다.


당시 미군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적이 몸에 폭탄을 두르고 수영으로 침투해서 자폭하는 경우였다. 특히 야간에는 이런 방식의 침투를 발견해 내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돌고래에게는 어둠이 문제되지 않았다. 5마리의 돌고래들은 자신만의 초음파 레이더를 사용하여 캄란만 전체를 완벽하게 커버했다.


과연 어떻게 돌고래는 임무를 수행 했을까. 항만으로 들어오는 침투자가 있으면 돌고래는 먼저 배에 부착된 신호판을 눌러 이 사실을 알린다.

그 다음 사람이 돌고래의 주둥이에 특수 제작된 깔대기를 끼워주면, 돌고래는 곧바로 침입자에게로 향한다. 적의 옆구리나 등을 깔대기로 찔러 조명탄이 발사 되도록 훈련을 한 것이다.


미군은 매일같이 모의 침투 훈련을 실시하였는데, 단 한차례도 침투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돌고래의 경계태세는 백점 만점이었다.


현재에도 돌고래 부대는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미 해군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 언제라도 돌고래와 공동작전을 수행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30년 전에는 철저한 군사기밀이었지만, 지금은 샌디에고에 돌고래 전문 병원까지 세우고 공개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사실 미국보다 훨씬 일찍 돌고래를 전쟁에 활용하기 위해 훈련을 시작했던 것은 제정 러시아였다. 러시아의 황제는 `돌고래를 훈련시켜 군사적인 목적으로 쓸 수 있다`는 한 서커스 단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훈련을 지원했다. 제정 러시아가 몰락한 후 이 훈련은 중단되었다가 냉전에 접어들면서 다시 실시되었다.


그러나 구 소련의 군용 돌고래 훈련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돌고래를 자살 특공대로 훈련시켰다는 의혹 때문이다. 돌고래 가미가제를 만들기 위한 훈련으로 약 300마리의 돌고래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미국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폭탄을 짊어진 돌고래를 낙하산으로 투하시켜 직접 공격작전에 사용한다는 내용이었다.


방송에 나온 구 소련의 돌고래 훈련 담당자는 이런 의혹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훈련 내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을 다물어 의구심을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또 다른 동물 해병인 물개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다. 돌고래가 음향탐지 능력으로 인해 최고의 수중 정찰병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어렵고, 항상 물에 있어야 하는 점이 불편한 터에 수륙양용이 가능한 물개가 대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전쟁에 징집된 동물들의 재미있는 뒷이야기를 전해주는 애니멀 솔저의 다음 번 이야기는 `초특급 통신병, 비둘기`이다. 다음주 수요일 9시, 히스토리 채널에서 볼 수 있다. [TV리포트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