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제국 꿈꾸는 애플「돌풍의 비결은?」 |
사용자 관점에서 알아보는 애플의 미디어 전략 |
박재호 (휴비츠 선임 연구원) |
2004/12/11 |
‘조만간 애플이 죽어요’라고 호언장담했던 업계 분석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하드웨어 부문과 소프트웨어 부문을 통틀어 애플은 여전히 건재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온라인 음악 시장 부문에서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냅스터와 같은 선발주자와 MS, 리얼 네트웍스와 같은 쟁쟁한 회사를 제쳐두고 애플을 온라인 미디어 세계를 이끌어가는 선두주자로 만들었을까? 이런 비밀을 풀기 위해 미디어 서비스를 소비하는 일반 사용자 관점에서 애플의 미디어 전략을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번 원고를 준비할 무렵 소니, 50억 달러에 MGM 인수「컨텐츠 강자로 우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이미 제너럴일렉트릭은 전통적인 굴뚝 산업 부문은 축소하는 대신 미디어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NBC와 비방디 유니버설을 매입한 바 있으며, 소니뮤직과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구 컬럼비아 영화사)를 운영하고 있는 소니는 메이저급 영화사이며 시작 화면에서 포효하는 사자로 유명한 MGM(메트로 골드윈 메이어)까지 계열사로 거느리게 됐다. 이와 함께 MS는 뒤늦게 미디어 플레이어 버전 10을 출시하는 동시에 MSN 온라인 뮤직 스토어(beta.music.msn.com)를 열어서 애플을 추격하려고 노력 중이고, 거금을 들여 뮤직매치를 인수한 야후는 올해 4분기 중에 자체 음악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리얼 네트웍스는 아이포드 DRM인 페어플레이(PairPlay)를 역공학으로 분석해서 자사 온라인 음악을 아이포드에서 동작시키도록 함으로써 잃어버린 온라인 음악 시장 쟁탈전에 불을 지폈다.
올해 9월 17일자 디지털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포드와 아이포드 미니로 9월 첫째 주에 시장점유율 36.2%(금액 기준 50.8%)를 달성함으로써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올해 8월 27일자 전자신문 기사에 따르면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 시장에서 25~30%(이는 플래시형 MP3P 시장을 포함한 수치이므로, 하드디스크형 MP3P 시장에서는 거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를 달성했으며,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에서는 70% 정도 점유율(올해 7월 11일에 1억곡 다운로드를 달성했다)을 차지하고 있는 절대적인 강자이다. 냅스터와 같은 막강한 지지층도 없으며, 소니와 같이 영화나 음반사를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MS처럼 거의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은 운영체제를 갖추지 못한 애플이 이 정도 업적을 달성한 사실은 거의 기적에 가까워 보인다. 도대체 어떤 무기로 사용자를 구워삶은 것일까? 애플이 미디어 통합에 얼마만큼 공을 들였는지 실제 사용자 관점에서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단순함의 미학’을 추구하는 매킨토시 매킨토시 노트북인 아이북, 파워북이나 아이맥 시리즈를 처음 보면 단순한 외형과 기능에 한 번 놀라고 사용 편의성에 두 번 놀란다. 예를 들어 아이북, 파워북은 시중 노트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원을 켜지 않고서도 CD를 재생할 수 있는 버튼도, 자주 사용하는 응용 프로그램을 위한 별도 버튼도, 현재 배터리 용량과 무선 LAN 상태를 알려주는 작은 LCD 창도 없다. 노트북 LCD를 여닫는 버튼 하나만 달랑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LCD를 열고나서 전원 버튼을 누르면 그 다음부터는 본체에 수많은 버튼이 달려있지 않아도 직관적인 방법으로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다. 아이포드나 아이포드 미니도 마찬가지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FM 라디오 수신, 음성 녹음, 구간 반복, 그래픽 이퀄라이즈 표시 기능과 같은 화려한 기능은 쏙 빠져있으며, 전자기기에 의례적으로 달려있는 전원 스위치도 없으며, 심지어 단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이포드 4세대와 아이포드 미니는 아이포드 3세대에 있었던 메뉴 버튼조차도 휠로 통합시켜 버렸다. 하지만 원하는 음악을 빨리 찾아서 즐겁게 듣는 과정에서 아이포드의 위력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경쟁을 위해 온갖 부가 기능을 계속해서 추가하고 있는 다른 회사와는 달리 애플은 사용자가 필요한 작업을 최대한 쉽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도록 강박관념에 가까운 모험을 감행하곤 한다. 저가격 모델인 아이북만 하더라도 데스크탑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한 요소를 제거하는 대신 노트북이 갖춰야 할 좋은 특성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발전시켜왔다.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한 견고한 본체, 멀리 떨어진 건물의 AP까지 잡아버리는 뛰어난 무선 네트워크 수신율, 5시간에 걸친 세미나 세션을 버텨내는 강력한 배터리 수명, 공간 절약을 위한 슬롯 로딩 광학 드라이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잠자기/깨어나기 기능은 이동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노트북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애플은 아이북, 파워북 시리즈로 자신감을 얻었는지, 올 가을에 열린 파리 엑스포에 등장한 아이맥 G5에는 17인치와 20인치 LCD 모니터 뒷면에 CPU·메모리·메인보드·하드디스크를 집약해서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개인용 컴퓨터에서는 보기 드물게 64비트 CPU인 G5를 탑재해서 성능이라는 장벽까지도 훌쩍 뛰어넘어버렸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전원 스위치를 뒷면 포트 하단부로 옮기고 스피커도 베벨 아래쪽에 붙여서 미니멀리즘적인 외형을 자랑한다. 또한 입력 장치를 위해 블루투스 옵션을 BTO(Built To Order)로 붙인 다음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를 주문하고 무선 랜 환경을 위해 에어포트 익스트림 카드를 장착한다면 전원 선 하나만 필요할 뿐이다.
“요즘 웰빙과 함께 ‘자발적 단순함’이 삶의 방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오디오도 그렇다. ‘단순함 만세’다. 복잡한 기기의 정글에서 벗어난 좋은 음악에 사람들은 목말라 한다. 혹시 당신이 음악을 듣고 싶다면 먼저 목표를 정하라. 음악인가, 기계인가?” ‘자발적 단순함’은 비단 음악 부문에만 국한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비록 음악 애호가도 아니며 영화광도 아닌 필자이지만 취미생활을 다른 부수적인 사항을 걱정하지 않고 단순하게 즐기기 위해 아이북, 아이포드, 티볼리 오디오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하면 과장이 지나친 것일까?
윈도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리눅스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돌발 상황(물론 요즘 리눅스 배포판은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마법사와 GUI를 통한 설치 시스템은 기본이며, 구식 장치 감지 능력이나 호환성과 같은 몇몇 측면에서는 윈도우를 능가하는 편의성을 자랑한다)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설치 절차에 대해 숙지하고 있어야 할 뿐더러, 설치에 앞서 자신이 사용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환경 설정에 대해 너무나도 세부적인 정보를 알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설치가 끝나고 나면 별로 어려운 작업도 아니지만, 막상 설치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시간을 합치면 결코 녹록하지 않다. 그런데 사물을 보는 관점이란 상대적인 것이라서 매킨토시 사용자가 윈도우 사용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주의 : 필자는 매킨토시, 윈도우, 리눅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어디까지나 도구일 따름인 운영체제를 특정 제품만 고집하라고 강권하지 않는다. 상황에 맞춰 필요에 따라 운영체제를 올바르게 선택해서 잘 쓰면 된다).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최근에 필자가 윈도우 2000를 설치할 기회가 있었는데, 서비스 팩을 내려받는 중에 꼼짝없이 당한 웜 바이러스 공격, 쥐도 새도 모르게 당한 악성 코드 감염, 구식 장치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디바이스 드라이버 충돌로 인한 ‘죽음의 푸른 화면(BSOD, Blue Screen of Death)’으로 인해 자그마치 세 번씩이나 운영체제를 지우고 새로 설치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유닉스 시스템 관리자로 여러 해 동안 복잡다단한 유닉스 운영체제를 설치해본 경험만을 믿고 섣불리 덤볐다가 삼천포로 빠진 상황이 되어버린 셈이다. 시스템 관리 경력이 있는 필자조차 운영체제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발목을 잡혔던 상황인데, 일반 사용자들은 오죽하겠는가? MS가 리눅스를 목표로 벌이고 있는 캠페인인 ‘사실을 직시하라(Get the Facts, 참고자료 ?)’는 윈도우 계열 운영체제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매킨토시에서 맥 OS X을 사용하는 순간 윈도우에서 겪었던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운영체제를 설치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잦은 응용 프로그램 설치와 바이러스, 애드웨어로 인한 레지스트리 오염, 윈도우 사용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시스템 DLL 충돌 문제, 서비스 팩과 보안 패치를 인터넷에서 다운받는 동안 이미 시스템에 침투해버린 웜 바이러스 문제 등을 한방에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맥 OS X도 신이 내린 완벽한 운영체제는 아니므로 주기적으로 시스템 업데이트를 통한 보안 패치와 하드디스크 공간 절약과 퀵 실버(quicksilver.blacktree.com)나 버틀러(www.petermaurer.de/nasi.php?thema=butler&sprache=English)와 같은 응용 프로그램 런처의 색인 속도 향상을 위한 불필요한 실행 파일 정리가 필요하지만, 윈도우 계열 운영체제에 비하면 관리 부문에서 지극히 적은 시간을 뺏길 뿐이다. 이렇게 맥 OS X을 사용할 경우에는 윈도우를 사용하면서 생산성 낮은 작업(운영체제 설치, 웜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서비스 팩과 패치 설치,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백신 설치와 운영, 주기적인 레지스트리와 불필요한 프로그램 정리)에 투입했던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따라서 회사에서는 업무를 위해 윈도우를 설치한 PC를 사용하다가, 집에만 돌아오면 컴퓨터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여가를 즐기기 위해 습관적으로 맥 OS X을 설치한 매킨토시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미디어 편집과 재생을 위한 소프트웨어, i 시리즈 아무리 하드웨어와 운영체제가 좋더라도 이를 뒷받침해주는 응용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으면 일반 사용자 관점에서는 ‘빚 좋은 개살구’가 되어버린다. 매킨토시 컴퓨터는 하드웨어 디자인은 물론이고 탑재되어 있는 맥 OS X 자체도 무척 매력적이지만, 맥 OS X에 기본으로 따라오는 멋진 응용 프로그램이 없다면 ‘앙꼬 없는 찐빵’일 따름이다. 맥 OS X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용 소프트웨어는 바로 iLife이다. 업무용 시장에서 워드 프로세스, 스프레드시트,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MS 오피스가 절대적인 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멀티미디어 부문에서는 특별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떠올리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GarageBand, 아이튠즈, iPhoto, iMove, iDVD로 무장한 iLife를 접하고 나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GarageBand가 나오기 전까지 응용 프로그램 앞에 i자가 붙었다고 해서 i 애플리케이션이라고 불렸던 각 프로그램은 전문가(주의 : 전문가라면 고가의 전용 소프트웨어를 구입해야 할 것이다)가 아닌 일반 개인 사용자가 작곡, 음악 재생, 사진 관리, 비디오 편집, DVD 제작을 하기에 적합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만일 반복적인 작업이 필요하거나 응용 프로그램 연동을 자동화하고 싶다면 애플스크립트(www.apple.com/applescript)를 활용해서 i 애플리케이션을 제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i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얻자, 애플은 물론이고 다른 소프트웨어 회사에서도 i자를 앞에 붙인 응용 프로그램을 대거 만들게 된다. 애플에서 만든 일정관리 시스템인 iCal과 채팅 프로그램인 iChat를 비롯해 개인이 만든 터미널 흉내내기 프로그램인 iTerms와 같은 응용 프로그램이 대표적인데, iLife에 들어 있는 응용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필요한 기능을 코코아 인터페이스에 담아서 예쁘면서도 일관성을 유지하며 사용하기 쉽게 만들었다는 특징이 있다.
매킨토시 하드웨어부터 시작한 ‘복잡하면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기능은 제거하고 꼭 필요한 기능은 쉽게 만들자’는 일관성은 iLife를 비롯한 i 애플리케이션은 물론이고 일반 매킨토시 소프트웨어도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데, iChat를 오마주하느라 너무나도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손이 가는 RSS 리더인 NewsFire(www.newsfirerss.com), 코코아 인터페이스의 교본으로 삼아도 손색이 없는 벡터 방식 드로잉 프로그램인 Omni Graffel(www.omnigroup.com/applications/omnigraffle), 과거 대표적인 매킨토시용 워드 프로세서였던 나이서스를 맥 OS X용으로 업그레이드한 나이서스 익스프레스(www.nisus.com/Express)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겠다. 이상에서 소개한 소프트웨어는 강력한 벡터 드로잉 프로그램인 비지오(Visio), 회사에서 거의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는 워드와 같은 걸출한 윈도우 계열 소프트웨어와는 달리 기능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사용 편의성과 작업 효율성 측면에서 월등하게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음악을 듣고, 디지털 카메라에서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RSS 리더기로 블로그 헤드라인을 검색하고, 웹 서핑을 하며(물론 액티브 X 컨트롤과 IE 전용 웹 사이트가 많은 한국에서는 매킨토시에서 사파리나 불여우(FireFox)를 사용하기란 상당히 힘든 일이긴 하다), 주소록과 일정을 관리하기 위해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스트레스인데, 매킨토시를 사용할 경우에 이 모든 작업을 즐겁게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지 않은가? 아이튠즈, 애플 뮤직 스토어, 아이포드 앞서 i 애플리케이션을 설명할 때 한 가지 빠뜨린 친구가 있다. 바로 음악 재생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소프트웨어인 아이튠즈이며, 이 응용 프로그램은 애플의 미디어 전략을 이끌어나가는 일등 공신으로 생각할 수 있다. 매킨토시라는 그들만의 잔치에서 벗어나 일반 PC에서도 아이포드와 연동할 수 있는 윈도우용 아이튠즈를 발표하면서부터 미디어 제국을 향한 애플의 행보는 무척 빨라지기 시작했다. 윈도우가 동작하는 PC 사용자를 맥 OS가 동작하는 매킨토시로 전환(switch)하려는 일련의 캠페인이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한 반면에, 윈도우용 아이튠즈를 발표함으로써 수많은 윈도우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 기존 PC에서 동작하던 어떤 MP3 소프트웨어도 따라가기 힘들 만큼 사용 편의성이 강화된 아이튠즈를 무료로 구할 수 있다는 사실에 PC 사용자들은 삼삼오오 관심을 표명하면서, 애플이라는 회사의 존재를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윈도우용 아이튠즈는 윈도우 2000과 XP에서 동작하며(아쉽게도 윈도우 98 SE에서는 동작하지 않는다), 맥 OS X용 소프트웨어와 비교하면 기능이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거의 동일하다. 인터넷 연결이 가능할 경우 쓸 수 있는 그레이스 노트 CDDB(www.gracenote.com)를 사용한 트랙 목록 얻기 기능이나 키워드로 해당 음악을 찾아주는 빨리 찾기 기능은 맥 OS X은 물론이고 윈도우에서 동작하는 아이튠즈에서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애플 뮤직 스토어에 대한 접근도 윈도우와 맥 OS X 버전 모두 가능하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에어포트 익스프레스 접근을 위한 에어튠즈 기능도 윈도우와 맥 OS X 버전에서 똑같이 사용 가능하다.
이렇게 기존 매킨토시 애호가뿐만 아니라 윈도우를 사용하는 최종 소비자까지 아이튠즈 사용자로 합류하면서 애플이 자랑하는 뮤직 스토어 입지도 한층 견고해지기 시작했다. 99센트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지불하면 너무나도 손쉽게 온라인으로 음악을 구입할 수 있으며, 특수 효과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영상 관련 회사인 픽사(www.pixar.com)의 CEO답게 스티브 잡스는 냅스터로 인해 온라인 음반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품었던 음반 회사와 뮤지션을 끌어들여 20만곡이 넘는 음악을 입맛에 골라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다운받은 음악은 아이튠즈를 사용해서 컴퓨터로 들을 수 있고, 아이포드로 옮겨들을 수도 있고, CD-ROM으로도 구워서 오프라인으로 들을 수도 있다. 이런 모든 작업은 물론 아이튠즈를 사용해서 직관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애플 온라인 뮤직 스토어는 지난 7월 초에 이미 다운로드 횟수가 1억을 돌파했는데, 음악 파일이 WMA이나 MP3 형식이 아닌 AAC(Advanced Audio Coding, www.apple.com/mpeg4/aac) 형식으로 인코딩했으며, 페어플레이라는 DRM으로 보호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는 정말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즉 아이튠즈와 아이포드가 아닌 다른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장비를 사용해서 재생하려면 상당히 번거로운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최종 사용자들이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리얼네트웍스와 같은 경쟁사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뮤직 스토어를 이용하지 않고 애플 온라인 뮤직 스토어를 이용한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초기 발매 당시부터 수천 곡이 넘어가는 음악을 저장할 수 있었던 아이포드는 기존 기술을 일거에 와해시킬만한 DNA를 품고 있었으며, 1, 2, 3, 4세대 아이포드와 아이포드 미니까지 지속적인 성능 개선 작업에 힘입어 서서히 MP3 플레이어 시장을 플래시 메모리형과 하드디스크형으로 양분하면서 급속도로 시장을 주도해나가기 시작했다. 애플은 여느 제품과 마찬가지로 초기 아이포드 모델에서 매킨토시 사용자를 염두에 둔 IEEE 1394 인터페이스를 고집하고 있으며, 아이튠즈도 매킨토시 버전만 제공했으나 아이포드 미니와 아이포드 4세대에 이르러서는 IEEE 1394 인터페이스는 물론이고 USB 2.0 인터페이스 케이블을 기본 사양으로 함께 제공한다. 특히 매킨토시용 윈도우용 아이튠즈를 발표함으로써 매킨토시 사용자는 물론이고 윈도우 사용자까지 아우르는, 도저히 애플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획기적인 전략을 펼치게 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 풍부한 컨텐츠(애플 온라인 뮤직 스토어), 뛰어난 음악 관리 소프트웨어(아이튠즈), 최강의 MP3 플레이어(아이포드)가 삼위일체로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본 HP는 냅스터와 계약을 취소하고 자사 PC에 아이튠즈를 기본 소프트웨어로 번들하는 동시에 아이포드를 OEM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애플과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아이포드 세몰이에 들어갔다. MTV 뮤직 어워드 시상식 때 힙합 스타 P. Diddy가 들고 나온 아이포드가 바로 뮤직 어워드 후원사인 HP에서 아이포드 판매 기념으로 특별히 제작한 버전이다.
에어포트 익스프레스와 에어튠즈 애플이 무선 네트워크 세계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지난 1999년 하반기에 이미 802.11b를 지원하는 에어포트 베이스 스테이션 출시를 시작으로 다른 여러 회사에 앞서 54Mbps 대역폭인 802.11g를 지원하는 에어포트 익스트림 베이스 스테이션과 아이북·파워북은 물론이고 일반 매킨토시 데스크탑 컴퓨터에도 장착이 가능한 802.11g 지원 에어포트 익스트림 카드로 고성능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지름길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아이포드로 상당한 재미를 본 애플은 계속해서 미디어 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무선 네트워크와 미디어 기술을 결합한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라는 기발한 제품을 출시했으며, 현재 미국 애플 온라인 스토어에서 5위(이 원고를 집필할 시점에서 1위는 아이맥 G5, 2위는 아이포드, 3위는 아이튠즈 선물 티켓(iTunes Gift Certificate), 4위는 아이포드 미니였다. 5개 중에 4개가 미디어 관련 제품임에 주목하기 바란다)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인기가 좋다.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는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무선 공유기인데, 무선 네트워크를 통한 음악 전송이라는 추가적인 기능을 넣어 부가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생각할 수 있다.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는 아이북 어댑터보다 좀 더 큰 크기(94mm×75mm×28.5mm)에 10/100base-T 네트워크 입력을 위한 RJ-45 단자, 프린터 공유를 위한 USB 단자, 일반 스테레오는 물론이고 광출력까지 가능한 3.5mm 미니 스테레오 단자를 내장하고 있으므로, 동시 접속자 수가 작고 무선 주파수가 미치는 범위가 비교적 좁은 멀티미디어 환경을 위한 가정용 무선 네트워크 솔루션으로 쓰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는 무선으로 즐기는 아이튠즈인 에어튠즈가 있어야 제 성능을 발휘한다.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를 거실에 설치하고 거실에 놓인 오디오와 연결한 다음(오디오가 3.5mm 미니 스테레오 입력을 지원하지 않으면 3.5mm 미니 스테레오 출력을 RCA 입력으로 변환하는 어댑터를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아이튠즈를 켜면 랑데부를 사용해서 자동으로 주변에 있는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를 감지한 다음에 음악을 내보낼 대상을 선택 가능하도록 만들어준다. 즉 최신 아이튠즈(이 기사를 집필할 시점에서 최신 버전은 4.6이다)를 설치하면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며, 별도로 독립된 에어튠즈 소프트웨어를 찾을 필요는 전혀 없다. <화면 10>과 <화면 11>을 보면 화면 하단의 스피커 모양 옆의 ‘거실’이 바로 거실에 설치한 에어포트 익스프레스에 붙인 별명이다. 방마다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를 설치한 다음에 각각 별명을 다르게 붙여두면 이 별명만으로 원하는 장치에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필자는 에어포트 익스프레스와 티볼리 오디오를 연결한 다음에 아이북에 설치한 아이튠즈를 열어서 무선으로 티볼리 오디오를 제어하고 있다. 즉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를 사용하면 번거롭게 거실이나 안방에 갈 필요 없이 원격으로 오디오 CD나 MP3/AAC로 인코딩된 디지털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
윈도우용 에어포트 익스프레스 관리 소프트웨어는 윈도우 2000에서 동작하며(윈도우 98 SE 버전에서는 동작하지 않는다), 윈도우 XP를 사용할 경우 매킨토시용 에어포트 익스프레스 관리 소프트웨어와 유사하게 마법사가 떠서 설정을 도와준다. 물론 매킨토시용 에어포트 익스프레스 관리 소프트웨어는 맥 OS X 코코아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마법사 방식으로 쉽게 에어포트 익스프레스와 관련한 환경 설정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준다. 필자는 아이북에 에어포트 익스트림 카드를, PC에는 D-Link에서 나온 DWL-G520+ PCI LAN 카드를 장착한 다음에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를 활용하고 있다.
별도 서버를 지정하는 번거로움 없이 프린터를 공유하고 싶다면 에어포트 익스프레스에 프린터를 연결한 다음에 랑데부(매킨토시)나 TCP/IP 프린팅 기능(참고자료 10)을 사용하면 간단하게 무선으로 인쇄 작업까지 가능해진다. 에어포트 익스프레스에는 숨어 있는 기능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에어포트 익스트림 베이스 스테이션의 무선 범위를 늘여주는 브릿지로 활용하는 기능인데, 장애물이 많아서 에어포트 익스트림 베이스 스테이션이 잡히지 않는 사각 지역을 커버하기 위해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를 쉽게 추가할 수 있다. 향후 아이북·파워북과 같은 노트북이 아니라 좀 더 경량 장치로 에어포트 익스프레스에 음악을 전송할 수 있는 장치가 나온다면 미디어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는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론 이번 원고의 탈고가 끝날 무렵에 윈도우 XP 미디어센터 심포니가 10월에 공개된다는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비디오 부문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거실을 점령하기 위해 MS와 중견 PC 업체들이 전력을 다하고 있는데, 애플은 비디오 부문에는 별다른 관심을 표명하지 않고 그 대신 아이튠즈, 아이포드, 애플 온라인 뮤직 스토어,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를 앞세워 소리 소문 없이 오디오 부문에서 야금야금 영토를 넓혀나가고 있는 중이다. 왜 애플은 다른 회사가 눈독을 들이고 덤벼드는 비디오 부문을 제쳐두고 음악 부문을 공략했을까? 역시 대답은 ‘선택과 집중’으로 귀결되는 모양이다. 인터뷰 중에 미디어 센터 시장에 관심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서 스티브 잡스가 대답한 내용 일부(?)로 마무리를 짓겠다. “아무리 좋아하는 영화이더라도 수천 번 볼 수는 없습니다. 다섯 번이나 보면 많이 볼까요? 그러나 좋아하는 노래라면 수천 번을 들어도 좋죠. 따라서 영화와 음악은 정말 성격이 판이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