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학 연구진은 최신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지에 실린 보고서에서 뇌가 얼굴을 인식하는 첫 단계는 얼굴의 물리적 형태를 구별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그 얼굴이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처음 보는 것인지를 판단하고, 알아 볼 수 있는 얼굴일 경우 세번째 단계로 그 얼굴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마거릿 대처 총리처럼 알려진 얼굴을 마릴린 먼로의 얼굴에 겹쳐놓았을 때 사람들이 아는 얼굴을 구별해 내는 과정을 통해 뇌가 얼굴의 특징을 어떻게 파악하는 지를 조사했다.
이들은 두 사람의 것을 합쳐 놓은 것처럼 보이는 얼굴을 볼 때도 사람들의 두뇌는 한 사람의 모습만을 구별해 내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예를 들어 먼로 60%, 대처 40%를 합쳐 놓은 얼굴을 보면 먼로가 나이 들었을 때의 얼굴로 인식하고 반대로 먼로 40%, 대처 60%를 합쳐 놓은 얼굴을 보면 섹시한 면이 강조된 대처의 얼굴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자원봉사자들에게 합성된 얼굴을 보여주고 누구인지를 말하게 했으며 이때 fMRI(기능자기공명영상)를 이용해 두뇌의 활동을 촬영했다.
그 결과 뇌의 뒷부분에 있는 하방후두회(下方後頭回: IOG)가 얼굴의 주름살 등 작은 물리적 변화를 감지하는 첫 단계 활동을 하고 우측 방추상회(紡錘狀回: RFG)는 보다 전체적인 형태를 평가해 뇌에 저장돼 있는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이미 알고 있는 얼굴인지를 판단하는 두번째 단계의 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번째 단계는 사람들에 관한 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믿어지는 전방측두피질(前方側頭皮質: ATC)이 나서서 그것이 누구인 지를 알아내는 것인데 유명인사의 얼굴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이 부분의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치매 환자에게서 보듯 이 중 한 단계만 빠져도 사람들을 알아보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과정을 자세히 알 수만 있다면 치매환자들의 사람 인식 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이는 다른 사람의 얼굴, 심하면 거울 속 자신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이른바 상모실인증(相貌失認症)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런던대 인지신경연구소의 존 드라이버 교수는 "ATC에 손상을 입은 치매 환자는 사람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는데 어려움을 겪는 반면 RFG의 작용으로 간질을 앓는 사람들은 특정인의 얼굴을 다른 것으로 기억해 사람들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얼굴 성형 전문의 이에인 허치슨 박사는 "연구진의 결론은 흥미로운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얼굴 인식에 단 세 단계 과정이 있을 것이라는 이론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주장"이라고 논평했다.